아시아나케이오는 코로나19를 핑계로 처음 노동자를 정리해고한 사업장이다. 지난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라고 판정했음에도 케이오는 노동자들을 복직시키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20일 행정소송 1심 재판부가 정리해고를 부당하다고 확인했다. 이번 판결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부당해고 당사자와 그들을 돕는 이들이 글을 보내왔다. 4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김계월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
▲ 김계월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

아침저녁으로 차가운 공기가 느껴지는 날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언제쯤 인천공항 내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을까.

뜨거웠던 여름도 지나가고 다시 가을이 성큼 농성천막으로 찾아들었다. 코로나19로 정리해고된 지 1년 하고도 4개월이 지났지만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은 여전히 길 위에서 악덕 사장 금호문화재단 박삼구와 싸우고 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지만 회사는 해고노동자들을 생명과 생계의 위협 속으로 몰아갔다. 해고노동자들은 그 고통의 시간을 감내하며 부당해고에 맞서 싸웠다. 두 노동자의 목숨을 건 단식도 회사는 외면했다. 두 노동자는 끝내 길에서 정년을 서럽게 맞았다. 이 모든 것들이 해고자로 살아가는 아픔이었지만 우리는 절망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행정법원에서조차 명백한 부당해고라고 했다. 처음부터 계획된 정리해고였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행정법원 1심 승소 판결은 부당한 해고에 맞서 싸우고 있는 해고노동자들에게는 통쾌한 판결이었고 당연한 결과였다. 날아갈 듯 기뻤다.

그러나 그 기쁨도 며칠 가지 않았다. 회사가 항소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돈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정리해고한 회사가 이행강제금과 수억원의 김앤장 변호사 수임료가 드는 항소를 하다니. 그 정도면 해고자 6명을 복직시키고도 남을 돈이다. 변호사 비용이 더 커도 시간을 끌겠다는 가진 자들의 횡포다.

법원 판결에 따라 회사와 만났지만 항소하겠다고 협박하며 내민 교섭안은 더 기가 막혔다. 그동안 밀린 임금과 위로금은 지불하겠으나 복직 후 퇴사를 하란다. 부당해고 때문에 1년4개월을 싸웠는데 다시 회사를 나가라는 게 어떻게 안건이 될 수 있는가. 우리는 위로금 몇 푼 받으려고 싸운 게 아니다. 부당하게 회사에서 쫓겨났기에 다시 회사에서 일하기 위해서 싸웠다. 게다가 사회적으로는 회사가 해고자들을 복직시킨 것인 양 포장하겠다는 심보 아닌가. 이런 말도 안 되는 교섭안으로 해고노동자들을 우롱하고 연대한 시민들을 기만하려는 태도야말로 원청인 금호문화재단 박삼구의 횡포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코로나19 이전에도 그들은 노동자의 권리나 인권을 무시하며 노예처럼 부려먹었다. 밥 먹는 시간도 제때 주지 않아 배고픔을 참아 가며 일했다. 여행객들이 버리고 간 과자나 초콜릿을 주어 먹는 일도 있었다. 불을 켜 주지 않아 캄캄한 비행기 안에서 온몸을 부딪쳐 가며 서럽게 일을 해야 했다. 독한 화학약품까지 사용하며 아시아나항공기를 청소했어도 청소노동자로서 자부심을 앗아 가지는 못했다. 최선을 다해 여행객들의 서비스를 위해 일했다. 아시아나케이오의 부는 그렇게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졌다.

금호문화재단 박삼구는 이익금을 챙기는 데 급급했을 뿐 아니라 코로나19를 핑계로 민주노조를 없애려고 했다. 재판부도 코로나19 때문에 해고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지 않았는가. 박삼구는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을 더 이상 거리에 방치하지 마라.

며칠 후면 추석명절이다. 제발 가족들과 오손도손 추석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가족의 품으로 그리고 노농자의 일터인 인천공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박삼구는 결자해지해야 한다. 해고노동자로 살아가는 고령의 노동자들이 언제까지 자본가 박삼구의 횡포와 탄압 속에서 아무 잘못도 없이 거리에 노숙하며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는지 참담한 심정이지만, 다시 투쟁의 길에 선다. 악덕 사장 박삼구가 감히 돈으로 살수도, 가질 수도 없는 게 해고노동자들에겐 있다. 노동자의 자존심 그리고 연대의 힘은 노동자만이 가질 수 있는 거대한 힘이다. 이 모든 힘을 더해 자본가 박삼구와 끝까지 싸울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인천공항 내 일터로 돌아가 당당하게 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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