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폐업으로 급여를 받지 못해 (임금체불) 진정을 넣었어요. 진행 상황에 대한 안내가 잘 이뤄지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연락을 하면 담당 근로감독관은 항상 자리에 없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라는 감독관의 말만 믿었는데 접수일부터 9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버렸어요. 해당 감독관은 갑작스럽게 명예퇴직을 했고 바뀐 감독관은 더 기다려도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며 포기를 종용했습니다.”

임금체불이나 직장내 괴롭힘 같은 피해를 호소하며 노동청에 사건을 접수한 노동자들이 늑장처리와 불성실한 조사 등 근로감독관 갑질로 제대로 피해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감독관 갑질 실태와 대안’ 보고서를 발행했다고 5일 밝혔다.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아 2020년 1월1일부터 올해 6월30일까지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이메일 제보 사례와 유형별 문제점을 분석한 결과다.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근로감독관 갑질에 관한 전체 상담사례 179건 가운데 ‘늑장처리’가 73건(40.8%)으로 가장 많았다. 불성실 조사 59건(33%), 부적절 발언 31건(17.3%), 합의·취하 종용 16건(8.9%) 순이었다.

근로감독관집무규정 42조에 따르면 진정사건은 25일 이내에 처리해야 하고, 한차례 연장할 수 있다. 신고인의 동의를 받았을 땐 기간을 다시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제보 사례처럼 이러한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아무런 통보 없이 처리가 지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직장갑질119의 설명이다.

직장갑질119가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노동부에서 받은 근로감독관 현황 자료에 따르면 근로감독관은 2016년 1천538명에서 2021년 2천421명으로 57.4%가 늘어났다. 감독관 1명당 행정 대상 사업장은 같은 기간 1천646개에서 1천195개로 27.4%가 줄었다. 감독관 1명당 신고사건 접수건수도 307건에서 194건으로 36.8% 감소했다.

그런데 감독관 사건당 평균처리일수는 48.1일에서 41.9일로 12.9% 줄어드는 데 그쳤다. 신고사건 대비 근로감독 비율도 5.2%에서 4.8%로 줄어들었다. 감독관 현원이 정원에 비해 77.5% 수준인 점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감독관이 늘어났지만 늑장처리는 여전하다”며 “상습적인 임금체불 사업장 같은 곳은 근로감독을 통해 노동법 위반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감독관 증원 및 명예근로감독관 도입을 비롯해 △근로감독관 전문성 강화 △사용자 입증책임 강화·근로감독관 기피 제도 활성화를 포함한 사건 처리 전면 혁신 △특별근로감독 확대 및 근로감독청원 활성화 △행정해석 전면 개정 및 신고자 보호 등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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