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오전 부산 롯데택배 사상터미널 명지대리점에서 택배 상차 작업을 하던 중 쓰러진 남아무개씨가 119 구급차로 이송되고 있다. 당시 작업장의 온도는 39도를 넘어섰다. <택배노조>

28일 오전 9시20분께 부산 롯데택배 사상터미널 명지대리점에서 일하는 남아무개(57)씨가 택배 상차 작업을 하던 중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택배 상차 업무를 하기 위해 오전 8시30분부터 일하다 벌어진 일이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작업장은 밀폐된 곳이다. 환풍기·선풍기·창문도 없어 현장기온은 섭씨 39.4도나 됐다. 노조는 며칠째 작업장에 창문을 내고 선풍기 등을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영수 택배노조 부산지부 롯데사상지회장은 “오후에 대리점 소장을 만나서 환풍기와 선풍기 설치, 창문 설치를 요구했고 소장은 선풍기는 이번 주 안으로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소장은 출근도 않다가 사람이 쓰러지고서야 약속을 해 줬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택배노동자·라이더들 각자도생해야

노동자들의 탈진은 이어진다. 정부는 노동자의 온열질환 예방에 힘쏟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31일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 이행 가이드’를 발표했다. 체감온도 변화에 따른 노동자 보호조치를 사용자에게 권고하고 있다. 체감온도 섭씨 33도 이상인 폭염주의보 단계에서는 1시간마다 10분, 35도 이상인 폭염경보 단계에서는 15분의 휴식시간 부여를 주문했다.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하고, 햇볕을 가리고 바람이 통하는 그늘 공간을 제공하라는 권고도 있다. 정부는 현장점검 날인 이날 사업장을 일제점검하고, 8월까지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작업장인 건설현장에 대해 오후 2~5시 작업중지를 지시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에도 사업주는 폭염에 노출되는 야외작업 노동자에게 휴식, 그늘진 장소, 깨끗한 음료수 제공 의무가 있다.

택배노동자들은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택배사들로부터 휴식시간, 휴식 장소, 음료수 등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지난 23일 서울복합물류센터 내 롯데택배 이매대리점에서 표아무개(50)씨가 탈진해 쓰러졌다. 사고 발생 당시 현장 기온은 35도를 웃돌았고 작업장에는 선풍기도 없었다. 26일과 27일에는 CJ대한통운 성남터미널에서 권아무개(51)씨와 조아무개(34)씨가 배송 중 탈진해 병원에 실려갔다.

라이더들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라이더유니온이 이날 정오 온라인으로 연 ‘폭염 속을 달리는 라이더 증언대회’에서 라이더들은 각자 온열질환을 피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A씨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편의는 없고 아침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하는데, 콜을 받다 보면 마음대로 쉬는 시간을 가질 수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휴식 장소도 눈치껏 찾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B씨는 “눈치가 보이지만 음식을 가지러 가게에 갈 때 가게 안 선풍기 바람을 쐬고, 배달주문을 할 때는 아이스팩 두 개를 가슴팍에 넣고 다닌다”고 밝혔다. 햇볕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긴소매 옷과 긴바지를 입은 라이더들은 증언 중에도 쉬지 않고 배달주문을 받고 이동하거나 음식 배달을 위해 가게 앞에서 기다렸다.

“야외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 지원대책 필요”

노조는 현장 실사를, 전문가는 폭염시기 야외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 대한 지원대책을 정부에 주문했다.

강민욱 택배노조 교육선전국장은 “노동부의 가이드는 사업주에게 노동자 폭염 대피 방법 권고를 했고, 27일 시행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36조는 생활물류서비스사업자가 종사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며 “국토교통부가 현장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진우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노동자건강증진센터장(직업환경의학전문의)은 “지난해 정부가 필수노동자 보호대책을 마련한 것처럼 지원하고, 지자체에서도 지원 조례 등을 만들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올해 폭염이 국가적 재난 수준인 만큼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지원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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