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무섭다. 지난해 1차 대유행 때 쿠팡 물류센터와 보험사 콜센터 등 노동현장은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노동현장은 코로나19에 노출돼 있다. 수많은 대면서비스를 하는 노동자들은 백신 우선접종 대상도 아니다. 그나마 필수노동자로 분류된 노동자들도 백신과 방역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전히 감염위험에 떨고 있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하루 2천명 만나는 열차 승무원, 우선접종 대상도 아니다
백남희 철도노조 선전국장
 

▲ 백남희 철도노조 선전국장
▲ 백남희 철도노조 선전국장

지난 19일 ‘철도 승무원 8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내용의 보도자료가 나간 직후 한 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그분은 대뜸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가 아니었느냐”고 물었다. 불특정 다수의 승객을 상대하는 열차 승무원이 아직 백신을 맞지 못했다니.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 답하기 정말 어려웠다.

비슷한 반응은 인터넷 댓글로도 확인할 수 있다. 그 핵심을 찌르는 한마디. “승무원이 걸리면 최소 수십 명은 걸린다.” 우리 승무원들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한 승무원은 매번 불안감을 안고 열차에 오른다고 했다. 우려는 최근 승무원의 집단감염이 확인되면서 더욱 커졌다. 승객과 열차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승무원이 오히려 누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쌓였다.

열차 승무원은 하루 평균 2천명가량의 승객을 접한다. 승차권 검사는 기본이다. 열차 이용에 불편은 없는지 살피고 시시각각 발생하는 민원을 해결한다. 요즘은 마스크 미착용이나 음식물 섭취, 객실 내 휴대전화 사용 등을 문제 삼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의 영향일 테다. 밀폐된 공간에, 승객은 많고, 에어컨은 돌고, 장시간 머무는 열차. 코로나19가 좋아할 만한 조건은 모두 갖췄다.

반면 전파력이 강한 변종 코로나19에 맞서야 하는 승무원의 무기는 고작 마스크와 장갑이 전부다. 지난해 처음 코로나19가 유행했을 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코로나19는 변종에 변종을 거듭하며 새롭게 무장하는 상황에서 승무원의 대응력은 너무 초라해 보인다.

그동안 철도노조는 여러 경로를 통해 열차 승무원과 역무원 등 불특정 시민을 상대하는 조합원에 대한 백신 우선접종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명확한 해명이나 이유 없이 철도노동자들은 우선접종 대상에서 제외됐다. 간간이 발생하던 승무원의 감염이 3차 감염으로 이어질 정도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기차 타기 무섭다.” 인터넷 댓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승무원 백신 우선접종을 서둘러야 한다.

 

백화점·마트노동자가 안전해야 시민도 안전하다
하인주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위원장
 

▲ 하인주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위원장
▲ 하인주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위원장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많은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밀접 대면서비스 노동자인 백화점 노동자는 더 불안하다. 이런 상황에도 백화점은 정상영업을 하고 심지어 주말에는 30분 연장영업까지 강행했다. 방문객을 제한하는 조치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백화점은 하루종일 냉난방을 하는 실내공간이고, 환기도 잘 안 된다. 하루에 수천 명이 드나드는 곳이고 방문객의 동선도 아주 복잡하다. 방문객 진입통로는 여러 개인데다 각 출입구에 보안인력이 따로 배치돼 있는 것도 아니다. 백화점 노동자는 출근 이후 환기도 잘 안 되고 좁아서 거리 두기가 안 되는 락커룸에서 여러 명이 함께 환복한다. 매장으로 이동해 불특정 다수의 손님을 가깝게 응대하며 일해야 한다. 화장품 매장에서는 시향이나 제품 테스트를 이유로 갑자기 마스크를 내리고 노동자를 향해 꽤 긴 시간 말을 건네는 고객이 많다.

더구나 백화점측은 확진자가 발생하면 빨리 직원들에게 소식을 공지해 주지도 않는다.

서울시는 백화점발 집단감염 사태를 의식하며 백화점 종사자 전체를 대상으로 선제검사 행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백화점 노동자도, 방문 시민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 추가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기업 눈치 보지 말고 백화점 같은 유통 다중이용시설 면적당 출입 방문객 수를 제한하고, 영업시간을 단축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백화점 노동자가 선제검사를 받은 뒤 개인 부담 없이 안전하게 현장에 복귀하도록 1~2일의 임시휴점 조치가 필요하다. 셋째, 백화점은 직원전용 휴게시설 폐쇄, 식당 폐쇄로 인한 풍선효과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방문객 출입관리뿐 아니라 고객들로 하여금 화장품 테스트 금지 등 방문객이 방역수칙을 준수하도록 힘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지자체는 백화점과 같은 다중이용시설 노동자가 백신 우선접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백화점·마트 같은 다중이용시설 서비스 노동자가 안전해야 시민 전체가 코로나19로부터 보다 안전할 수 있다.

 

정부 대책은 닿지 않고, 회사는 돈벌이에만 눈독
조강현 전국연대노조 택배산업본부 조직국장
 

▲ 조강현 전국연대노조 택배산업본부 조직국장
▲ 조강현 전국연대노조 택배산업본부 조직국장

필수노동자를 위한 코로나19 백신접종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정책은 택배기사에게는 닿지 않고 있다. 백신접종 후 근육통이나 고열 등이 동반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루는 쉬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택배기사는 쉬지 못한다. 대체인력 없이는 일터에 나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택배회사들은 백신접종 후 대체인력 투입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불특정 다수와 접촉이 많은 택배기사가 백신접종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다들 공감하지만 실제 접종이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후유증 문제를 택배기사 스스로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발목을 잡고 있다. 무책임하다.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선풍기 하나 없이 마스크를 쓴 채 터미널에서 분류작업을 하느라 이미 몸은 지쳤고, 더위를 먹지 않고 있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힘든 하루하루를 이어 가고 있다.

터미널 지하의 노동현장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환풍기가 돌아가면 소음이 심하다는 민원으로 작동을 중지시키기는 현장이 부지기수다. 잦은 고장으로 아예 환기시설을 작동하지 않는 곳도 있다. 선풍기 바람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웃옷을 벗고 일하시는 풍경이 연출된다. 누가 이들을 코로나19 방역 시스템의 사각지대로 내몰았나. 택배기사에게만 방역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

택배회사들은 코로나19 방역조치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늘어난 물량 증가로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택배산업을 이끄는 노동자들은 늘어난 물량을 처리하느라 개인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역조치조차 지키지 못하기 일쑤다. 택배사들은 메가허브 신설 등 물량 대처에만 신경을 쏟고 있다.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은 보지 않는다. 시설만 투자할 것이 아니라 택배기사와 상하차 인력, 택배 분류인력이 일하는 터미널 등 일터의 환경개선에도 부디 눈을 돌려야 한다. 여기에도 사람이 살고, 일하고 있다.

 

구멍난 민간위탁 청소노동자 백신접종
김영수 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 부위원장
 

▲ 김영수 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 부위원장
▲ 김영수 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 부위원장

코로나19 감염병 유행 중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는 15~32% 증가했다. 그런데도 청소노동자들은 방역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생활폐기물에 의한 감염위험이 크다. 그런데도 그 흔한 감염예방 마스크도, 감염예방 팔토시도 고정적이고 정기적으로 받아 보지 못했다.

그나마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사업주에게 강하게 요청해 마스크라도 받고 있어 노조가 없는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미안할 때가 많다.

청소노동자가 감염되거나 자가격리를 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14일간 자가격리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노동자가 출근하지 못하는 만큼 생활폐기물은 쌓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필수노동자들에게 백신을 우선접종한다고 발표했지만 무소식이었다. 그러는 사이 정부가 60대 이상 국민을 우선접종하면서 환경미화 노동자 중 비율이 많은 60대 노동자들이 백신을 맞을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 환경미화 노동자는 60대만 있지 않다. 50대와 40대는 물론, 30대와 20대도 있다. 이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최근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서울시가 필수노동자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자율접종한다는 소식이었다. 청소노동자들도 당연히 포함됐다.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얼마 안 가 큰 실망으로 바뀌었다. 서울시만 보더라도 지자체가 직접고용하지 않은, 민간위탁업체에 고용된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수요조사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백신을 맞은 민간위탁 청소노동자수는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말로만 필수노동자 운운하지 말고 민간위탁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백신접종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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