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한국노총, 매일노동뉴스 편집

한국노총이 플랫폼 노동자 보호와 조직화를 위한 마중물로 가칭 한국플랫폼노동공제회를 9월에 출범시킨다. 공제회 설립을 위한 재정은 전 조직 차원의 모금으로 마련한다.

한국노총 중집에서 공제회 설립 계획 안건 의결

한국노총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플랫폼 노동공제회 설립 계획 및 산하조직 모금운동 추진’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일제강점기인 1929년 원산노동연합회는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억압에 반발하며 3개월에 걸쳐 총파업을 단행했다. 1921년부터 노동자를 조직한 원산노련의 시작은 협동조합이었다.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활동을 전면에 내세우며 원산시에서 일하는 거의 모든 노동자를 포괄했다. 장기간 파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지역사회와 결합한 조합 운동을 통해 지역민 지지가 꼽힌다. 조합원과 그 가족 1만여명은 그 유명한 “한 잔의 술, 한 개비의 담배, 한 푼의 공비도 반동이다”는 구호를 외치며 끼니를 줄이며 파업을 이어갔다.

한국노총이 추진하는 한국플랫폼노동공제회 목적도 원산노련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협동조합 정신을 바탕으로 조합원을 경제적으로 돕고, 나아가 조직화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공제회 회원가입 대상은 플랫폼노동자·특수고용직·프리랜서·소규모사업장 노동자·시간제 노동자 등 비정형·불안정 노동자다. 노동법과 사회보험과 같은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눈을 돌리겠다는 얘기다. 설립 초기에는 플랫폼노동 대표 직종인 이륜차배달·대리운전·가사서비스·택배기사·프리랜서 강사 5개 직종을 중심으로 회원가입을 받는다.

경제 지원 사업 우선실시, 조직화 거점으로 기능 확대

공제회는 조합원 경제적 이익을 위한 목돈마련 지원 사업을 우선 시행할 계획이다. 조합원들이 저축할 때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형태다. 금융산업 노사가 함께 만든 금융산업공익재단 등과 협력해 사업을 추진한다. 생활안정자금 대출과 건강검진 시행, 직종별 안전보건교육, 플랫폼 이동노동자 쉼터 조성 같은 사업도 준비한다. 신규회원은 필수교육을 받도록 하고 직종별·지역별 모임을 추진해 조직화 발판을 마련한다.

공제회 설립과 출범 초기에 들어가는 재원은 한국노총이 마련한다. 한국노총 (재)좋은친구산업복지재단이 준비사업에 들어갈 재원 2억원을 내고, 비영리법인인 공제회 설립인가시 필요한 기본재산과 최소 운영비 6억원은 전 조직 대상 모금운동으로 마련한다. 조직 노동자인 전 조합원의 참여·도움을 바탕 삼아 미조직 노동자를 위한 공제회를 출범시키겠다는 얘기다.

공제회 준비위는 2일 발족한다. 준비위는 이달 내내 한국노총 각급 조직을 방문해 공제회 설립 취지를 설명하고 모금운동 동참을 요청한다. 8월 발기인대회를 열고 9월 정식 출범한다.

한국노총은 공제회가 비정형 노동자 조직화 계기와 자원을 제공하는 거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사업주가 주도하는 공제조합과 달리 노동자들이 설립·운영주체가 되기 때문에 경제조직 성격만이 아니라 노조·협동조합·자조모임 등 다양한 조직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송명진 한국노총 플랫폼노동공제회 추진단 본부장은 “한국노총이 급변하는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에서 중장기적으로 사회적 위상과 영향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서는 비정형 노동자를 품는 연대운동과 조직화가 필수적”이라며 “취약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노동공제회 운동은 노조의 사회적 책임실현과 계급적 연대운동을 확장하고, 노조에 대한 사회의 긍정적 인식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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