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희철 희망연대노조 조직국장

이달 17일, 서울교통공사 고객센터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위한 협의기구 1차 회의가 열렸다. 1년 반이 넘는 진통과 허송세월 끝에 공사 고객센터의 위기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자리였다.

39명이 근무해 온 서울교통공사 고객센터. 그러나 지난해 12월 6명, 올해 1월 1명, 3월 말 5명, 4월 말 2명이 퇴사했다. 정규직 전환은커녕 이를 다루는 협의기구조차 구성되지 않고, 고객센터와 구성원에 대한 왜곡과 인격 훼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기회를 앗아 가는 특혜성 직고용 반대한다.” “서울시 노동정책관님 우리도 서울시 공무원 시켜 주세요.” “아빠 저도 시험 안 치고 공사 직원 시켜 주세요.” “청년들의 기회를 앗아 가는 특혜성 직고용 반대한다.”

고객센터 구성원도 근무하고 있는 서울교통공사 본사 1층에 연일 세워져 있던 피켓 내용들이다. 유인물 배포, 심지어는 단식·바닥 농성까지 벌어졌다. 3층에 근무하고 있는 고객센터 구성원들은 모멸감으로 1층 카페도, 지하 구내식당에도 가지 못한 채 고객센터 안에 스스로를 가둬야 했다.

항의 끝에 본사에서는 더 이상 이러한 행위가 없어졌으나 서울시의회와 시청 앞에서 이어졌다. 협의기구 1차 회의 이후 더 노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39명 중 25명밖에 남지 못한 서울교통공사 고객센터 구성원들이 어렵게 추스르면서 버티고 있지만 다시 퇴사가 이어지려 하고 있다.

공사 고객센터는 ‘관리자와 상담사의 정기협의를 통한 상호 신뢰’ ‘원청인 서울교통공사의 협조’로 공공기관 고객센터 중 모범적으로 운영돼 왔다. 악성 민원인에 대한 처벌, 피해를 입은 상담사의 산재 판정을 이끌어 냈다. 2019년 전국 공공기관 민원고객센터 평균 응대율이 89.5%였던 반면, 서울교통공사 고객센터는 2020년에 98.4%를 기록했다. 상담사들이 시간당 25건 이상을 응대해 왔다. 서울교통공사 민원 중 98% 이상을 담당해 왔다. 10건 중 9건 이상의 민원을 자체 처리해 왔다.

그런데 공정성 왜곡과 함께 “고객센터는 서울교통공사와 관계없다” “단순 민원업무일 뿐이다” “민간위탁 업체 정규직이 비정규직 코스프레를 한다”는 폄하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잖아도 민간위탁 소속이라는 이유로 일부의 비협조·갑질이 이어져 온 상황에서 더욱더 심해지고 있다. 이런 취급을 받느니 차라리 떠나겠다는 고객센터 구성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수년간 서울교통공사를 대표해 민원을 응대해 온 고객센터 구성원들이.

고객센터 노동자들을 투자출연기관별로 직접 고용하라는 입장은 오세훈 시장으로 바뀐 후에도 여전하다. 120다산콜재단으로 전환하라는 것은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고 실현 불가능하며 부적절함이 이미 확인된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고객센터를 또다시 늪에 빠뜨려 공중분해시키는 것이다.

고객센터 구성원들은 지난 협의기구 1차 회의에서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수용했다. 직접고용보다 처우가 70% 수준임에도 서둘러 고객센터를 안정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구성원들이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냉난방·마스크 민원이 폭주하는 시기에 민원을 제대로 응대하지 못하는 것은 시민을 위한 서울교통공사 고객센터 구성원임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민간위탁 간접고용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이 공정성을 침해하고 있다거나, 무책임하게 120다산콜재단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을 다시 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도 다시 한번 호소한다. 직접고용 아닌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하면 고객센터 업무가 더욱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객센터·구성원들에 대한 왜곡·비협조를 해소하지 않으면 시민들에 대한 응대가 더욱더 어렵다. 서울교통공사·자회사 구성원들이 정기적으로 고객센터 업무를 경험하게 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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