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민지 희망연대노조 서울교통공사고객센터지부장이 지난 4월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1인시위를 했다. <희망연대노조>

서울교통공사 고객센터가 9일부터 심야상담을 중단한다. 정규직 전환 논의 지연과 공정성 논란에 쌓인 피로감 등으로 상담사 17명이 줄퇴사했기 때문이다. 공사는 일부 정규직의 반대를 핑계로 정규직 전환에 속도를 내지 않다가 시민들의 불편·불안만 불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희망고문·공정성 논란에 피로감
“비정규직 환멸 느껴, 유례없는 이직”

8일 희망연대노조 서울교통공사고객센터지부(지부장 엄민지)에 따르면 지난달과 이달 심야조 2명을 포함해 3명의 상담사가 그만두면서 고객센터 상담사는 현재 22명이 됐다. 원래 6명이서 3명씩 격일제로 근무하는 심야조는 지난해 말부터 상담사들이 잇따라 퇴사하는 바람에 2명씩 근무를 해 왔다. 지난달 심야조 1명이 또 그만두자 오전조 관리자를 투입해 겨우 ‘2명씩 근무’를 이어 오다가 이달 심야조 1명이 추가로 퇴사해 2명만 남게 됐다. 공사는 결국 인력부족으로 심야삼담 중단을 결정했다.

공사는 24시간 운영하던 고객센터 운영시간을 9일부터 오전 6시~밤 12시30분까지로 변경한다고 6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3개조(오전조·오후조·심야조)로 근무하던 고객센터 상담사들을 4개조(오전조 1·2, 오후조 1·2)로 재편했다. 공사측은 근무시간 조정으로 심야상담 중단 시간을 ‘지하철 운행시간이 아닌 때’로 한정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첫차를 타는 승객들의 불편이나 시민들의 안전 문제를 도외시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엄민지 지부장은 “상담량과 무관하게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시민들의 안전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24시간으로 운영해 왔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홈페이지 공지에 “운영시간 외 긴급사항 문의는 112, 119 또는 가까운 역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게시했다.

상담사의 줄퇴사가 이어진 데에는 정규직 전환 논의 과정에서 벌어진 왜곡과 폄훼, 정규직 전환 지연에 따른 피로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120다산콜센터재단으로 통합하려던 것에서 기관별 직고용으로 방향이 바뀌면서 서울교통공사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상담사들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1인 시위가 이어졌고 공사통합노조의 직접고용 반대 성명이 나왔다. 지난해 말부터 6월까지 14명의 상담사가 퇴사했다. 엄민지 지부장은 “콜센터가 이직이 잦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예년에 비해 퇴사인원이 훨씬 많고, 10여명이 이렇게 한꺼번에 나간 것은 처음”이라며 “공정 프레임으로 이유 없이 욕을 먹고, 희망고문이 계속되면서 환멸을 느끼는 노동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자회사 전환 의견접근에도 논의는 지지부진

서울시 압박으로 6월17일 노·사·전문가 협의기구 첫 회의가 열렸지만 전환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서울교통공사노조(1노조)·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2노조) 정규직 노사와 희망연대노조,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협의체는 1차 회의에서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되 임금·처우 등에 대해서는 실무논의를 통해 협의하기로 했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방안을 수용한 것이다. 그런데 현재까지 2차 회의는 열리지 않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측이 1~8호선 지하철 역사내 안전시설물 유지보수 등을 담당하는 자회사 서울도시철도ENG로 전환하되 ‘비처우대상’ 임금체계를 고수하고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최근 3명의 퇴사가 이어졌다.

노사 설명을 종합하면 도시철도ENG 직원들의 임금체계는 기술직(처우대상)·서비스직(비처우대상)으로 이원화돼 있다. 소방설비 같은 각종 안전시설물 유지보수 업무를 맡은 기술직과 유실물센터·안내데스크 등에서 일하는 서비스직은 호봉테이블부터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다르게 적용받는다. 2018년 3월 처우개선 차원에서 기술직만 새 임금체계를 도입한 반면, 서비스직의 경우 기존 임금체계를 유지해 내부 갈등과 차별 논란이 이어져 왔다는 게 공사노조(1노조)의 설명이다. 고객센터 노동자에게 ‘비처우대상’을 적용할 경우 현재의 갈등구조를 심화하고 혼란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도시철도ENG 1노조·2노조 모두 ‘처우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유실물센터나 안내데스크에서 상담업무와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는 만큼 콜센터 업무 특성상 서비스쪽 보수체계로 가는 게 적합하다”며 “협력업체와 계약이 만료되는 9월 말 이전에 최대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성실하게 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심야상담 중단에 대해 이 관계자는 “실질적인 영업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불편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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