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나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

쿠팡의 로켓배송 시스템은 참 매력적이다. 오늘 밤 자기 전에 주문하면 내일 아침 우리 집 앞에 도착하는 배달시스템이라니. 그런 매력이 쿠팡을 ‘유니콘 기업’ 타이틀을 거머쥐게 만들고, 세계 50대 혁신기업에 당당히 이름 올릴 수 있게 만들었으리라.

안타깝게도 이러한 매력적인 배달시스템이 노동자의 피·땀·눈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죽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사람들이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죽어 나갔다. 노동자들은 쿠팡의 ‘시간당 생산량(UPH)’ 제도를 원인으로 꼽았다. 쿠팡은 개인단말기를 통해 시간당 물품처리개수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시스템을 활용한다. 그런데 단말기에 ‘나의 UPH’로 측정된 수치를 이용해 노동자 간에 경쟁을 유발했고, 작업속도가 느린 노동자는 상관의 질책을 받고 감시의 대상이 됐다. 높은 노동강도, 열악한 근무환경의 결과물은 노동자의 죽음이었다. 그리고 쿠팡이라는 세계적인 기업과 관련한 사고는 계속됐다.

사람이 또 죽었다. 이번에는 소방관이다. 이달 17일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사고가 엿새 만에 진압됐다. 진압 과정에서 광주소방서 119구조대장 김동식 소방경이 사망했다. 언론은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일어나기 4개월 전인 올 2월 실시한 소방시설 점검에서 277건의 결함이 발견됐고, 스프링클러·방화 셔터·완강기 등 소방시설 대부분에서 결함이 나왔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화재 초기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고, 현장 보안요원이 최초 화재신고를 묵살했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나왔다. 사고 원인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나, 가연성 적재물이 많은 물류창고의 특성에 맞는 안전관리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았다. 그로 인해 화재가 엿새 만에 진압됐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살아 있는 사람들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쿠팡이 지분을 100% 보유한 자회사 쿠팡이츠의 라이더들은 자신들이 어떤 기준으로 배달료를 받는지 알 수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한다. 소비자가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음식을 주문하는 경우, 배달료는 배달거리에 비례해서 계산된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거리 계산을 배달앱 업체가 개발한 인공지능(AI)이 한다. 그런데 실제 라이더가 이동하는 거리와 AI가 계산하는 직선거리에 차이가 매우 컸고, “남산을 뚫고 배달”을 가야 하는 라이더들의 항의가 계속됐다.

하지만 쿠팡이츠는 역시 달랐다. 쿠팡이츠는 올해 3월께 배달수수료 책정기준을 아예 비공개로 전환했다. 배달 거리에 주문 수요나 날씨 같은 기준들을 AI가 종합적으로 판단해 알아서 수수료를 책정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쿠팡이츠 소속 라이더로서는 그 기준을 정확히 모르니 비판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올해 3월 잘나가는 플랫폼 기업 쿠팡이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는 보도가 언론을 도배했다. 하지만 쿠팡이라는 작은 세계가 유지되는 과정에서 노동자는 목숨을 잃었고, 안전을 위협받았다.

사람의 목숨과 안전을 단순히 ‘비용’으로 치부하는 것이 잘나가는 플랫폼 기업 쿠팡의 성공비결이었던가. 안타깝게도 쿠팡은 이러한 논란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나는 그토록 매력적이었던 쿠팡을 탈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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