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지방의료원의 코로나19 지원 병상수를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치로 정부지원금은 줄어드는데 환자수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바로 회복할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어서 지방의료원 노동자 임금체불 우려가 나오고 있다.

21일 민주노총 강원본부 속초지부는 지난 16일 속초의료원이 강원도에서 확보병상을 30병상 줄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기존 92병상에서 62병상으로 조정하고 22일까지 ‘소개’(비운) 병상 현황 자료를 작성해 공문으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30병상은 일반병상으로 전환돼 7월5일부터 일반환자를 받을 예정이다.

병상수 감소는 지난달부터 예견됐다. 강원도에 따르면 중앙사고수습본부는 5월부터 속초의료원에 병상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보고 강원도를 포함한 4개 시·도에 병상수를 줄이라고 했다. 5월 말 강원도는 속초의료원에 이를 전달했고 속초의료원은 30병상을 줄일 수 있다고 회신했다. 강원도청은 이를 중수본에 전달하고 승인을 받았다.

원은주 보건의료노조 속초의료원지부장은 “92병상을 확보해 놨지만 환자들이 가장 많았을 때가 60병상 정도였고 그 외에는 20~30병상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병상수 감소가 노동자 임금체불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속초지부에 따르면 속초의료원은 하루에 1병상당 약 31만6천원을 지원받고 있다. 30병상을 줄인 채로 한 달이 지나면 2억8천440만원을 지원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속초의료원은 지난해 12월에도 정부가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겠다며 책정한 보상수가가 손실액보다 낮아 임금체불이 발생했다. 올해 보상수가가 재조정돼 체불상황은 해결됐다.

원은주 지부장은 “1년6개월을 코로나19 병상으로만 운영해 환자분들이 입원을 할지 모르겠다”며 “환자분들은 입원했다가 다시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 다른 병원으로 나가라고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한다”고 밝혔다. 원 지부장은 “공공병원으로서 일반환자들을 위해 개원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지만, 노동자 모두가 임금체불을 또다시 각오해야 할 상황이라는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속초의료원이 그 정도 병상은 줄일 수 있다고 밝혀 온 것이며, 의료원과의 충분한 대화와 협의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속초의료원 담당자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속초의료원처럼 전담병원 병상수 축소는 전국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전담병상수 감소 논의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생활치료센터와 감염병전담병원, 준중환자 치료병원, 중환자 치료병상 등의 가동률은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생활치료센터 가동률은 37.6%, 감염병전담병원은 31.3%, 준중환자 병상은 40.8%, 중환자병상은 25.1%다. 경기도의료원은 파주와 이천병원을 시작으로 코로나19 전담병상을 줄이고 정상운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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