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부는 이름이 그냥 노동부(U.S. Department of Labor)다. 우리나라의 고용노동부처럼 고용이란 수식어가 앞에 붙지 않는다. 미국 노동부에는 ‘임금시간국(Wage and Hour Division, WHD)’이 있다. 말 그대로 임금과 시간 문제를 다루는 부서다. 임금시간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노동자에게 빚진 임금(Workers Owed Wages, WOW), 즉 체불임금 문제를 내세운다.

“임금시간국은 우리나라(미국)에서 가장 포괄적인 노동법 집행기관입니다. 법 위반을 알게 되면, 우리는 노동자를 대신해 체불된 임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우리 부서는 임금을 돌려받을 노동자를 찾아내고 이러한 사실을 그들에게 알려 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를 찾지 못할 경우에는 3년 동안 보관하면서 계속해 노동자를 찾습니다. 3년이 지나도 환불받을 노동자를 찾기 어려울 때엔 미국 재무부에 그 돈을 보내게 됩니다. 본인의 사례가 사용자로부터 받아 낼 체불임금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임금시간국이 만든, 노동자의 청구서를 기다리고 있는 체불임금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세요. 귀하가 받을 돈을 확인한 경우, 바로 청구하시면 됩니다. 사용자의 이름을 치고 ‘WOW 검색’을 누르세요.”

임금시간국 홈페이지에서 ‘신고 방법’을 설명한 방에 들어가면 “미국 노동부의 임금시간국은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노동자 보호법들을 관리하고 집행하는 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임금시간국은 우리나라의 모든 노동자들이 자신이 일한 모든 시간에 대한 임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합니다. 이것은 이민의 합법 유무와는 무관하게 진행됩니다. 질문이나 관심이 있으면 전화나 홈페이지 상담을 통해서 가장 가까운 임금시간국 사무소를 확인하세요. 전국 곳곳의 사무소에서 귀하를 도와 줄 훈련 받은 전문가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는 안내문과 미국 전역에 산재해 있는 임금시간국 사무소의 연락처를 볼 수 있다.

신고서에는 신고자의 이름·연락처·회사명·회사 위치·회사 전화번호, 시간임금국이 접촉할 관리자 혹은 소유주의 이름, 신고자가 한 일의 유형, 임금 지불 방법과 시기 등을 적는다. 추가로 임금명세서, 근무시간 기록, 사용자의 임금 지급 관행에 관한 정보 등이 있으면 조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임금시간국은 밝힌다. 여기에 더해 “모든 업무는 무상이며, 서류 작업과 상관없이 개인 비밀이 엄수됩니다. 임금시간국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사용자가 계약을 종료하거나 귀하를 차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라는 안내가 붙어 있다.

만약 임금체불 사건이 캘리포니아주에서 일어났다면,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노동청(노동기준집행국)에 신고하면 된다. 임금체불을 ‘임금 절도(wage theft)’로 규정하는 캘리포니아노동청은 사건 해결을 위해 산하 부서로 현장단속과·정부공사과·신고보복수사과·판결집행과를 갖추고 있다. 불법 이민자도 제도를 적극 이용할 수 있도록 “노동청은 이민자의 신분에 상관 없이 권리를 보호합니다. 이민 지위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으며, 다른 정부기관에 귀하의 이민 정보를 알리지 않습니다”고 안내한다.

노동청의 절차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사건은 고등법원으로 넘어가는데, 이 경우 저임금 노동자들은 노동청의 변호사 지원제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체불임금 문제를 다루면서 미국 노동부와 캘리포니아노동청은 신고자에 대한 사용자의 보복(해고, 계약 종료, 차별 대우, 불이익 처분 등)은 불법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노동청의 경우 “임금절도는 범죄”라는 홈페이지(wagetheftiscrime.com)를 별도로 운영하며 임금체불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대한민국 고용노동부가 체불임금 문제를 대하는 방식은 미국노동부와 차이가 크다. 임금체불을 다루는 별도의 홈페이지는 존재하지 않으며, 노동부 홈페이지의 ‘민원마당’ 방에서 “민원제도”의 일환으로 처리하게 된다. 체불임금을 범죄가 아니라 민원의 일종으로 보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체불임금 점검을 비롯한 ‘근로조건’ 감독 업무를 노동부가 직접 하기보다는 “자율개선사업”이라는 미명하에 민간의 변호사나 공인노무사, 유관 경력자에게 외주(outsourcing)를 주고 있다. 이는 절도 사건을 경찰이 직접 수사하지 않고 민간의 변호사나 퇴직경찰에게 맡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임금체불을 범죄가 아니라 ‘민원’으로 보는 노동부의 입장에서는 체불임금을 비롯한 ‘근로감독(labour inspection)’의 외주화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미제가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미국 노동부의 임금시간국과 캘리포니아 주정부 노동청의 자료들을 살펴보니 한국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임금체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미국 노동부와 주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제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느껴진다. 우선 정부 관료들의 마인드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임금체불은 민원 사항이 아니라 절도 범죄에 해당한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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