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화·주얼리·봉제 등 도심 제조노동자들이 16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2021 서울도심 제조노동자 매니페스토 대행진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우리는 매일 출근했는데 왜 해고당하고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는 겁니까. 분명 열심히 일했는데 그 흔한 신용카드 한 장 만들기 어렵고 무직이라며 대출마저 불가능해야 합니까.”

서울에서 보석세공을 하는 김정봉씨가 “주얼리 노동자 다수가 4대 보험에 미가입된 현실”을 지적하며 토로한 말이다.

김씨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줄어든 주문량을 이유로 업체가 근무 일수를 줄여 임금이 반토막 나거나 아예 해고당하는 주얼리 노동자가 적지 않다.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주얼리 노동자 다수는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주얼리 업체는 4대 보험 의무가입 사업장이지만 적지 않은 사용자가 가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주얼리 노동자 다수는 해고돼도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하는 신세다.

2018년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중구 귀금속 사업장의 고용보험 가입비중은 사업체 기준 16.1%, 종사자 기준 24.2%에 그친다.

서울 도심의 영세 제조업 노동자들의 숨통은 “조일 대로 조여진” 상황이다. 중국을 비롯해 외국에서 들어오는 수입물량으로 일감이 점점 줄어들었는데 코로나19까지 가세하면서다. 문을 닫는 하청공장이 늘어나고, 그나마 운영을 유지하는 곳은 어떻게든 일감을 따려고 하다 보니 저가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서울도심제조노동자 매니페스토대행진 공동준비위원회는 16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감이 없으니 나가 달라는 말에 노동자들은 찍소리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화노동자 상황도 마찬가지다. 박완규씨는 “제화노동자들은 (요즘 일감이 많지 않아) 출근하면 오전 안에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한다”며 “주변 동료들에게 들어 봤더니 지난달과 이번달은 한 달에 110~120만원을 벌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박씨는 “서울시가 사측으로 구성된 협회들을 통해 제화업종에 1년에 억단위씩 지원하고 있지만 성수동 제화거리에 조형물을 놓는 등의 식으로 지원금이 쓰인다”며 “그런 재정이 있으면 노동자들에게 4대 보험·복지를 적용하는 등 실제로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제노동자 이정기씨도 “봉제업은 코로나19 최대 피해업종인데도 종사자 95% 이상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외에 그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다”며 “갯수임금제로 일하는 의류 제조업 관행상 노동자의 노동이력 증빙이 되지 않아 이번 4차 재난지원금 역시 그림의 떡”이라고 지적했다.

공동준비위는 이날부터 도심제조업에 대한 4대 보험 전면 실시를 요구하는 ‘매니페스토 대행진’을 다음달 6일까지 진행한다. 도심제조업이 밀집한 서울 성수동·종로구·신당동·을지로에서 선전을 한다. 준비위 관계자는 “대행진 기간 동안 도심제조 노동자의 요구를 모아 선거 뒤 서울시장 당선자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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