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남편이나 애인 같은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된 여성이 최소 97명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131명)을 합하면 최소 여성 228명이 살해되거나 살해 위험을 겪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정폭력이 증가한 정황도 확인됐다.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전화는 8일 여성인권상담소 상담 통계분석 결과와 언론보도를 통해 본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 살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2020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분석했더니 여성 228명이 살해되거나 살해 위험을 겪었다. 피해 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를 포함해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경우도 최소 57명에 달했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숨겨진 사례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 연령대 비율을 살펴봤더니 20~50대에서 모두 두 자릿수로 나타났다. 10대와 60대·70대 이상은 한 자릿수였다.

가해자들이 밝힌 범행 동기는 “재결합과 만남 요구를 거부했다”는 답변이 53명(23.3%)으로 가장 많았다. 우발적이었다는 답은 52명(22.8%),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이 34명(14.9%)이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해당 통계를 2009년부터 내고 있다. 지난 12년간 언론보도로 파악한 여성 살해 피해자는 최소 1천72명, 살인미수를 포함하면 2천38명이다. 피해자 주변인(476명)을 포함하면 2천514명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1.6일마다 1건의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관련 사건이 보도되고 있지만 정부는 공식통계도 내놓지 않는 등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전국 24개 상담소에서 이뤄진 상담은 지난해 3만9천363건이다. 가정폭력이 1만5천755건, 성폭력이 1만8천462건, 데이트폭력이 792건이었다. 지난해 1월 전체 상담 건수 중 26%를 차지하던 가정폭력 상담은 코로나19 국면이 본격화한 2월부터 40%대로 증가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여성 살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가해자를 엄벌하도록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가정폭력의 경우 가해자 처벌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반의사불벌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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