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제때 못 받는 코로나 파견 의료인 … 중앙사고수습본부 법 위반 논란”이란 제목의 기사가 한겨레 인터넷 2월23일 판에 떴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감염병 전담병원 등에 파견한 의료인력과 작성한 근로계약서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했고, 중수본도 문제점을 인정하고 개선책을 내놓겠다는 내용이다. 보수 지급 시기와 유급 휴가일 등이 근로계약에 기재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대한민국 의료 체계의 대표적인 문제로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안팎에 그치는 점과 간호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꼽힌다. 사실 두 문제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초·중·고교에서 정부가 직접 관장하는 공공교육 비율이 10% 안팎에 그친다고 상상해 보면, 공공의료 비율 10%가 가진 문제점을 잘 알 수 있다.

간호인력 부족과 관련해서는 이미 자격증을 가진 이들이 의료 현장에서 일을 하지 않는 문제가 지적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간호인력 부족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보다 커지고 있지만, 이 문제는 코로나19가 횡행하기 오래 전부터 대한민국 의료 체계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간호인력 부족은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났던 문제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국제노동기구(ILO)는 1977년 6월21일 열린 국제노동회의에서 149호 간호인 협약을 채택했다. 당시 ILO는 “국민을 위한 보건과 복지를 보호하고 개선하는 데 간호인들이 보건 영역의 다른 노동자들과 더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또한 “간호인의 사용자로서 공공부문이 간호인의 취업과 근무조건을 개선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함을 인정하면서” 149호 간호인 협약을 채택한다고 밝혔다.

149호 협약에서 주목할 점은 협약의 적용 대상인 “간호인(nursing personnel)” 개념이다. 협약 1조1항은 “간호인은 간호 돌봄과 간호 임무를 제공하는 (모든 곳의) 모든 범주의 사람을 포함한다”고 밝히고 있다. 대한민국의 근로기준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보다 적용 범위가 좁다. 노동조합을 조직할 수 있는 대상이 근로기준법을 누릴 수 있는 대상보다 넓다. 사실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자신의 이름과 달리 ‘노동 기준(labour standards)’을 규율하는 보편적 노동법이 아니라, 정식으로 취업한 이들에게만 적용되는 ‘고용계약과 고용조건(terms and conditions of employment)’을 규율하는 법으로 축소된 지 오래다.

149호 협약이 말하는 간호인에는 정상적인(?) 취업계약을 맺고 있는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자만이 아니라 간병인과 요양보호사 등 불안정 취업 상태의 ‘자영업’으로 간주되는 이들도 들어간다. 이들을 포함한 모든 간호인에게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노동자들과 동일한 근무조건을 보장하자는 게 협약의 목적이다.

협약은 회원국이 간호인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교육·훈련을 제공하고 경력 개발과 보수를 비롯한 고용·근무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2조). 협약은 구체적으로 △연장 근무와 교대 근무에 대한 규제와 보상을 비롯한 일하는 시간 △주당 휴게 △유급 연차휴가 △교육 휴가 △모성 휴가 △질병 휴가 △사회보장에서 간호인들이 ‘노동자들’과 동일한 조건을 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6조). 또한 협약은 회원국이 간호 업무의 환경과 특수성을 고려해 간호인 전체를 위한 보건안전 법규를 개선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7조).

149호 간호인 협약은 ILO 187개 회원국 중에서 41개국이 비준하고 있다. 유럽 국가로는 벨기에·덴마크·핀란드·프랑스·그리스·이탈리아·노르웨이·폴란드·포르투갈·스웨덴·러시아등이 있고, 아시아 국가로는 필리핀과 방글라데시가 있다.

지구상에 인류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바이러스가 150만종이 넘게 존재한다고 한다. 그중 50만~80만종이 기후 변화에 따라 인류와 조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생태 과학자들의 전망이다. 코로나19를 제어할 백신 접종만으로 기후 위기가 초래한 사회경제적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분석이 상식이 되고 있다. 다가올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건 현장에서 국민 건강을 위해 헌신할 간호인력이 더욱 필요하다. 그리고 원활한 인력공급은 적절한 근무조건과 적당한 처우를 제공하는 과제와 맞물려 있다. 이런 점에서 ILO 협약 149호 간호인 협약을 비준하고 그에 맞춰 국내의 법령과 제도를 정비하는 일은 양질의 간호인력을 확보하는 시대적 요구에 조응한다. ILO 149호 간호인 협약에 관심을 가질 때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l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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