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가 22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문간호사와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돌봄노동자들이 코로나19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보호대책을 요구했다. <임세웅 기자>

서울 마포구에서 방문간호사로 일하는 강아무개씨는 지난 19일 방문간호하는 어르신의 전화를 받았다. 아프니 빨리 와 달라는 그의 말에 강씨는 마스크 한 장을 끼고 갔다. 어르신은 당뇨 합병증으로 발가락이 부어 있었다. 강씨는 택시를 불러 강북삼성병원까지 어르신과 동행했다. 그의 직업상 불가피한 일이지만, 아픈 사람을 만나고 함께 병원에 가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강씨는 “코로나19 시기라 전화 상담에 집중하지만 아픈 어르신들을 접촉하지 않을 수 없어 코로나19에 언제 걸릴지 몰라 두렵다”며 “감염되지 않기 위해 몸이 조금이라도 좋지 않으면 곧바로 병가를 쓰는 게 유행”이라고 말했다.

방문간호사·사회서비스원 노동자 방역 ‘빨간불’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필수노동자에 대한 감염예방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공운수노조는 22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문간호사와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돌봄노동자들이 코로나19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씨와 같은 방문간호사는 2007년 보건복지부가 방문건강관리사업을 시작하면서 등장했다. 방문건강관리사업은 병원이나 의원에 가기 힘들고, 짧은 시간의 대화도 하기 힘든 건강 취약계층을 보살피기 위해 만들었다. 약 2천500여명의 간호사들이 하루 6~7가구를 방문한다.

이들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 건강 취약계층인 어르신들을 지속적으로 접촉하는 본연의 일은 물론,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나가기도 하고 역학조사나 검체 채취도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노동자들도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 서울시는 노인장기요양과 장애인활동지원 대상자 중 코로나19로 긴급돌봄이 필요한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사회서비스원 돌봄노동자들은 코호트격리 사회복지시설 내 음성자, 확진자 접촉 등으로 격리시설에 입소해야 하는 이들과 함께 입소해 돌봄노동을 한다. 원래는 어르신이나 장애인 집을 방문해 돌봄노동을 하는데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심각해지자 긴급돌봄에 투입되는 것이다. 긴급돌봄사업은 코로나19 상황 종료시까지 지원된다.

그런데 사회서비스원 노동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 19일 집단감염 시설에서 코로나19 임시생활시설로 이송된 어르신 2명을 돌보던 요양보호사 2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역학조사에 따르면 입소 전 검사에서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어르신이 잠복기였고, 노동자가 그 어르신으로부터 감염됐다.

라정미 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장은 “회사는 우리에게 레벨D 보호복을 적용할거니 안심하라고 했지만 보호복은 저급이었다”며 “별도 대기실과 의료폐기물 처리대책, 휴게시간을 지킬 수 있는 근무체계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이후 보호복을 바꿨고, 대기실과 폐기물 상자를 만들었다.

“긴급돌봄 운영 체계 재정비해야”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안전대책으로 업무 분담과 매뉴얼 마련을 주문했다.

방문간호사 강씨는 “지역별로 다르겠지만 마포구의 경우 방문간호사가 선별진료소 근무를 했었는데, 방문간호사들이 항의하자 계약직을 뽑아 쓰다 지금은 보건소 공무원이 선별진료소 근무를 하고 있다”며 “업무 분장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문간호사들이 선별진료소와 어르신 집안을 오가며 발생할 수 있는 감염 경로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공공운수노조 서울공무직지부는 “방문간호사는 선별진료소 검체 등으로 감염위협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며 “근무자들의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는 이용자 유형을 구별해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확진 가능성이 크지 않은 이들과 집단감염시설 밀접접촉자 등 확진 가능성이 큰 이용자를 나눠서 관리하면 안전책임 주체가 분명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확진 가능성이 큰 이들은 전담병원에서 돌봄의료 연계서비스를 받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라정미 지부장은 “지금까지 경험을 토대로 긴급돌봄운영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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