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동국제강 부산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철강코일 사이에 끼이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끼임사고는 제조업 사업장 중대재해 중 가장 높은 빈도로 발생하는 사고인 데다 작업형태·시설을 개선하면 예방효과가 높다는 점에서 사업주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크레인 작동·포장지 해체 동시 작업

17일 금속노련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동국제강 부산공장 원자재 제품 창고에서 일하던 50대 노동자가 철강 코일 사이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동료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사고 당시 그는 창고에서 혼자 소형 크레인을 조정하며 커터칼로 철강코일 포장지 해체작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코일에 끼이는 사고로 비상벨이 울리자 동료들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노동자를 짓누른 철강코일은 무게가 6.3톤에 이른다. 크레인 조정과 포장지 해체작업을 혼자 동시에 하는 과정에서 고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철강코일이 노동자를 덮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끼임 사고는 제조업 사업장 중대재해 유형 중 가장 자주 발생한다. 안전보건공단이 17일 공개한 ‘제조업 끼임 사망사고 감축 및 사업장 효율적 관리방안 연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간 제조업 중대재해 사망자 1천658명을 재해유형별로 살펴봤더니 30.6%가 끼임 재해였다. 제조업 사업장에서 연평균 70명가량이 끼임 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제조업 중대재해 1위 끼임사고
위험 예상 가능한 현장에서 사고 발생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제조업 끼임 사망사고 272건을 자세히 분석했더니 ‘기계기구 설비 설치·보전 작업’ 과정에서 123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다음으로 ‘운반 상·하역 및 운전작업’으로 37명이었다. 사고를 유발한 기인물로는 벨트 컨베이어가 18건으로 가장 많았고, 천장크레인이 17건으로 두 번째였다. 천장크레인을 이용한 운반·운전작업이 상당히 위험한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동국제강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 유형도 마찬가지다. 위험한 크레인 작동과 포장지 해제작업을 노동자 한 명이 하다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동국제강 책임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22일 열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 이 문제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이 회사에서는 지난 1월 식자재 납품업체 노동자가 회사 승강기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1월에도 유압기를 수리하던 외주업체 직원이 기계에 끼여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고용노동부가 이달 발표한 하청노동자 사고사망 비중이 높은 기업 명단에 동국제강 인천공장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박재희 교수(한경대 사회안전시스템공학부)는 공단 연구 보고서에서 “끼임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에너지원을 차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리·정비 등 작업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이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방호조치 미실시와 정비·수리시 운전정지 미실시 원인을 파악해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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