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포스코 광양제철소 압연공정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가 파견근로관계에 해당하므로 포스코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차 소송에 이어 2차 소송도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으로, 향후 3~6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광주고법 2민사부(재판장 유헌종)는 3일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포스코는 압연공정 관련 각종 작업을 사내하청업체 성광기업·포에이스 등과 도급계약을 맺었다. 해당 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열연·냉연·도금공장 안에서 생산기계를 운전·조작하고, 크레인·지게차를 이용해 압연 코일 등을 운반하는 업무를 맡았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광양제철소에 파견돼 포스코의 지휘·명령을 받았다”며 “포스코가 직접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포스코측은 “업무상 지휘·명령권을 행사한 주체는 협력업체”라며 “전산관리 시스템인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등을 통해 작업 당시 운반 대상과 상·하차 위치를 특정해 알려 준 것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MES를 통한 업무지시를 원청이 불법하게 사내하청 노동자를 지휘·명령한 근거로 판단했다. MES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같은 철강업체뿐 아니라 자동차·식품 등 제조업 전반에서 사용하는 생산관리 전산프로그램이다. 포스코는 MES를 통해 작업 내용·장소·위치·순서 같은 구체적인 공정계획을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전달했다.

재판부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포스코가 설정한 방식에 의해 생성된 구속력 있는 공정 계획·작업 내용에 따라 협력작업을 수행했다”고 설시했다.

재판부는 작업표준서도 실질적 작성주체가 포스코라고 봤다. 재판부는 “포스코 작업표준서에는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작업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고, 각 협력업체가 작성한 작업표준서에도 포스코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작업이 포함돼 있다”며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포스코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는 점을 나타내는 징표”라고 밝혔다.

이번 재판은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노동자들이 제기한 소송 가운데 2차 소송에 해당한다. 1차 소송은 2016년 8월 광주고법에서 승소한 뒤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포스코측은 같은해 11월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상태다. 3차 소송은 지회가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했고, 4~6차 소송은 1심 선고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김태욱 변호사(사무금융노조 법률원)는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MES가 실질적 편입, 상당한 지휘·명령과 같은 근로자파견 인정에 중요한 근거 중 하나로 판단했다”며 “이후 소송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는 ‘MES를 작업 지휘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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