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고용노동부가 대우조선해양 밀폐구역 보안·관리 하청업체인 영안기업에 직장내 괴롭힘 실태조사 이후 시정권고를 했지만 현장노동자들 사이에선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사실상 분리되지 않은 채 작업을 하고 있는 데다 단기계약직 노동자가 문제제기에 적극 나서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7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에 따르면 부산지방고용노동청 통영지청은 “지난해 11월 영안기업 직장내 괴롭힘 실태조사를 실시한 뒤 사업장에 제도개선 등 시정권고를 했다”고 지회에 밝혔다. 영안기업 노동자는 대부분 밀폐공간 산소·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하거나 밀폐공간에서 작업하는 노동자의 작업상황을 감시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5개반 중 3개반이 밀폐감시업무를 하고, 나머지 2개반은 설치·수리·보수, 소화기점검을 한다.

문제는 시정권고 이후 회사가 취한 조치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지회에 따르면 영안기업은 괴롭힘을 주도한 직장 1명을 반장으로 강등하고, 반장 2명도 직위해제했다. 하지만 새로 직장이 선임되지 않아 반장으로 강등된 직장은 기존 업무를 그대로 하고 있고, 직위해제된 반장 1명은 반만 옮겼을 뿐 밀폐감시업무를 계속하고 있어 사실상 피해자들과 같은 작업을 한다는 게 지회 설명이다. “반장이 언제 돌아올지 몰라 불안감에 몸을 바짝 낮추고 일하고 있다”는 증언도 전해졌다.

시정권고 이후 선정한 2명의 ‘고충처리위원’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직장내 괴롭힘을 당하는 것보다 계약해지를 당하는 게 두려워서다. 밀폐감시 노동자는 대부분 10개월짜리 단기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회사에 ‘밉보여’ 계약이 연장되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지회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20여명이 계약연장되지 않았고 회사는 신규채용을 통해 단기계약직을 충원했다.

지회는 일부 관리자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조직문화·노무관리 차원에서 발생한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기업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회는 “유명무실한 고충처리위원을 선정하고 인사조치를 하는 것으로 문제를 덮으려 하고 있다”며 “노동자 현장통제와 노무관리 수단으로 직장내 괴롭힘을 조직적으로 활용해 온 고영훈 영안기업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지회는 “대표 퇴출 없이는 영안기업 직장내 괴롭힘을 해결할 수 없다”며 지난 6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한 달간 ‘고영훈 퇴출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한다.

<매일노동뉴스>는 영안기업쪽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하고 메모를 남겼으나 회신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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