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에서 노조가 만들어졌다. 이름은 알파벳노조(Alphabet Workers Union)고 상급단체는 미국통신노조(CWA)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재벌 알파벳은 2015년 10월 구글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생겨났다.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은 매출 규모에서 세계 4위의 기술 기업으로 2020년 2분기 현재 12만7천500명을 고용하고 있다. 2019년 매출은 1천618억달러를 넘었고, 영업이익은 342억달러에 달했다. 시장 가치는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해 삼성의 매출은 2천62억달러였고, 영업이익은 234억달러였다.

알파벳은 자회사로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구글을 비롯해 칼리코(생명공학업체)·캐피탈지(사모펀드)·딥마인드(인공지능)·구글파이버(인터넷접속)·GV(벤처캐피탈)·룬(인터넷접속)·사이드워크랩(도시인프라기술)·베릴리(생명공학)엑스(연구개발)·웨이모(자율주행차)·윙(무인비행체)을 두고 있다. 지난해 10월20일 미국 법무부는 검색 서비스, 검색 광고, 문자광고 시장에서 독점력을 불법 행사했다는 혐의로 알파벳을 기소했다.

알파벳노조 결성에 관여한 미국통신노조는 알파벳노조의 출범이 두 가지 점에서 역사상 첫 사례의 의미를 가진다고 말한다. 첫째 정보통신 재벌인 구글 역사에서 처음으로 노조가 결성됐고, 둘째 비정규직과 하청업체를 비롯해 알파벳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처음으로 노조의 문호를 열어 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미국통신노조 평가다.

미국통신노조는 구글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을 굳힌 계기로 세 사건을 들었다. 2011년 7월 구글은 실명제를 도입했다가 사회적 비판을 받고 2014년 7월 중단했다. 2018년 4월 종업원 3천명이 회사가 미국 국방부의 인공지능 프로젝트에 참여해 드론 같은 무인 무기를 개발하는 비윤리적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 결과 구글은 관련 프로젝트를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2014년 10월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최고 임원 앤디 루빈이 성적 비위로 사직했는데, 당시 구글은 사직 이유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되레 9천만달러를 퇴직금으로 지급한 사실이 2018년 10월 뒤늦게 드러났다. 회사는 앤디 루비의 비위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비밀서약서를 강요하여 입을 닫게 만들었다. 이러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경영진이 종업원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졌고 종업원들의 집단적인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알파벳노조가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조합원이 200명을 조금 넘는 알파벳노조는 거대 테크(tech) 기업에서 조직된 최초의 노조다. 미국통신노조의 ‘디지털 종사자 조직화 연대(Coalition to Organize Digital Employees)’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으며, 미국통신노조 산하 1400번 지부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국통신노조가 알파벳노조에 기대를 거는 또 다른 이유는 조합원 가입 범위를 정규직에만 한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알파벳 관계사에서 일하는 구글 노동자의 절반이 임시직이거나 하청업체·계약업체를 통해 채용돼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정규직에게 제공되는 기업 복지 혜택에서 소외당하고 있다. 정규직에 대해서도 사용자에 의한 협박·억압·부당해고가 늘고 있는 데 반해, 종업원들의 고충을 처리할 제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2019년 10월 구글 사용자는 날로 커져 가는 종업원들의 불만을 대화로 풀려 하지 않고 악명 높은 반(反)노조 자문업체인 IRI와 계약을 맺었다. 그해 말 구글은 종업원 조직 활동에 관여한 직원 2명을 해고했는데, 지난해 12월2일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는 이 해고가 노동법을 위반해 부당하다는 결정을 내놓았다. 알파벳노조는 “(노조 조직화에 각종 제약을 가하는) 기존 노동법에 의존해 활동하지 않겠다”면서 보다 전문적인 노조활동을 위해 상근 활동가를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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