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광업계 노사정 관계자들이 8월18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관광산업 생태계 유지와 고용안정을 위한 노사정 합의를 이뤘다.<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보복 조치로 단체관광이 감소하고 코로나19까지 확산하면서 국내 호텔업이 초토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에서 올해 9월 사이 호텔업 객실 매출액은 47.7% 줄고, 고용인원은 24.6%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유지지원금 같은 대책으로 정규직은 일자리를 지켰지만 비정규직은 속절없이 잘려 나갔다.

일용직·기간제부터 덮친 위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업종별 위원회인 관광산업위원회(위원장 노광표)는 30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코로나19와 호텔업 고용변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0월29일부터 11월12일까지 서울·경기·인천·부산·제주지역 호텔 161개를 조사한 결과다. 한국호텔업협회에 등록된 전국 621개 호텔 중 26%에 해당하는 규모다.

예상했던 대로 호텔업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1년6개월 사이 매출은 3억8천532만원에서 2억141만원으로 47.7% 감소했다. 고용인원도 줄었다. 호텔별 평균 종사자는 지난해 3월 69명에서 올해 9월에는 52명으로 감소했다. 호텔노동자 4명 중 1명이 일자리를 잃은 셈이다.

고용 위기 파도는 일용직-비정규직(기간제)-정규직 순으로 덮쳤다. 고용형태별 일자리 감소 폭은 일용직 65.8%, 비정규직 33.3%, 정규직 12.6%였다. 호텔 간접고용 노동자 고용 상황도 나빴다. 조사 기간 호텔 외주·협력업체는 4.2% 줄고, 소속 인원은 19.9% 감소했다. 조사·분석에 참여했던 이원희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하이에치알)는 “조사 기간 일자리 감소를 월별로 살펴봤더니 일용직이 먼저 잘리고 이어 비정규직-정규직으로 옮겨 갔다”며 “정부 고용유지대책은 호텔업 비정규직에게 활로를 만들어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큰 호텔·정규직’ 중심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은 규모가 큰 호텔, 정규직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지원금을 신청한 업체는 조사대상 161곳 중 101곳(62.7%)이었다. 규모가 작고 인프라가 부족한 1·2성급 호텔의 지원금 수급 비율은 낮았다.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업체 101곳을 떼어 내 살펴봤더니 신청 대상 대부분(99.1%)이 정규직이었다. 비정규직까지 신청 대상에 포함한 경우는 25.5%였다. 현 고용유지지원금 대책이 고용취약계층을 감싸 안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호텔업 고용사정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 당시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호텔은 122곳(75.8%)이었다. 권고사직을 진행했거나 예정하고 있다는 답변은 23곳(14.3%), 희망퇴직 진행 및 예정을 하고 있다는 답변은 15곳(9.3%), 사업을 양도했거나 예정하고 있다는 답변은 9곳(5.6%)이었다. 정리해고했거나 준비한다는 응답은 4곳(2.5%), 사업장 폐쇄를 예정한 호텔도 4곳(2.5%)이었다.

노동계는 조사결과보다 고용위기 상황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9월까지의 상황만 조사한 것이어서 코로나19 2·3차 재확산 영향을 반영하지 못한 데다가, 중소형 도시에 위치한 호텔의 경영상황은 훨씬 나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 고용유지 노사정 합의 안 지켜”

관광산업위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면 지원금 종료 후 2개월 이내 감원하지 않기로 하는 등 고용유지를 위해 노·사·정이 힘을 모으기로 지난 8월 합의했다. 조승원 관광서비스노련 부위원장은 “고용을 유지하기로 합의했지만 사용자들은 구조조정과 호텔매각 등을 추진하면서 노사정 합의 정신을 위배하고 있다”며 “정부는 호텔업을 비롯해 유원시설업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대책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맹은 관광산업위에서 호텔업 등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선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노광표 위원장은 “코로나19는 소규모 호텔 소속이거나 비정규직·일용직 같은 취약계층 노동자들에게 더욱 가혹했다”며 “관광산업위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고용위기에 처한 노동자 구제를 위한 제도개선과 지원책 마련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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