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 취임 뒤 1호 업무지시로 만들어진 일자리위가 파행 위기를 맞았다.

정부가 플랫폼 노동자 보호대책에서 기존 노동관계법을 개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별도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한 것에 대해 노동계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보호대책을 의결한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철수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민주노총도 일자리위 참석에 부정적이다.

한국노총·조돈문 이사장 “일자리위 불참 검토”
민주노총 “참여에 부정적, 판단은 차기 집행부 몫”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21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투표를 추진할 경우 일자리위를 비롯한 (협의 기구에) 전면 불참 조치를 할 것”이라며 “일자리위가 노동법적인 보호에 치중해야 할 때 사실상 제3의 법 영역을 만드는 논의를 한다면 (일자리위에) 임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차기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있어 별다른 대응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위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일자리위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고 부정적 입장이 강하다”면서도 “일자리위 참여 여부를 비롯한 대응 계획은 차기 집행부 몫”이라고 말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일자리위 노동자대표인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장은 “저도 (일자리위를 참여 중단을) 검토하고 있고 비정규 단위들의 의견을 묻고 있다”며 “다만 일자리위를 그만두는 것이 의미가 있겠냐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양대 노총과 함께 논의를 해야 하는데 민주노총 차기 위원장이 선출되고 나면 한국노총과 함께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플랫폼 노동자 “정부가 사회적 대화 포럼 악용”

플랫폼 노동자 당사자들도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일자리위원회 앞에서 정부 대책을 규탄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대책회의가 연 기자회견에서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오늘 노동부의 답변을 보니 ‘사회적 대화 포럼’을 통해 의견수렴을 했다고 하더라”며 “우리도 참여했는데, 만약 정부를 비롯한 기관이 이런 식으로 홍보 효과로 사회적 대화 포럼이나 각종 협약을 활용할 거면 당장 파기하도록 하겠다. 우리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지위를 거래한 합의를 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 대책이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 플랫폼 사를 단순히 직업소개소로 보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박정훈 위원장은 “(이 법이 통과되면) 특수고용 노동자처럼 플랫폼 노동자라는 새로운 계급이 탄생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또 플랫폼사는 노동자들을 사용하면서도 사업주로서의 책임은 하나도 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법 추진이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 3권을 후퇴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카카오는 대리운전노조와 표준계약서는 쓸 수 있고 사회적 협약은 할 수 있는데 단체교섭은 못하겠다고 한다”며 “단체교섭을 하지 않으면 노동자 생존권은 나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자리위는 ‘특수’자만을 붙여서 노동기본권을 빼앗지 못하니까 이제 ‘플랫폼’이란 이름으로 또다시 노동기본권 배제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노동법 개악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부진에 이어 플랫폼 특별법까지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노동정책에 대해 규탄한다”며 “당사자들이 원하지 않는 보호 입법을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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