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포스코 포항제철소 하청노동자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수리 중 기계 가동 중단’이라는 기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인재라는 지적이 나왔다. 고인이 추락한 배관 안에는 집진기가 가동돼 초고속 열풍이 불고 있었는데, 뜨거운 바람으로 호흡조차 어려웠을 고인이 탈출을 시도하다 수평 배관 옆으로 이어진 수직 배관 아래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고 현장을 방문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건과 관련해 고용노동부 장관과 포스코 회장에게 현안 질의를 하려고 계획하고 있다”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과 간사에게 요청해 받아들여지면 해당 내용에 대해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관 안 열풍 빨려 들어간 뒤
팬 반대 방향으로 탈출 시도하다 추락 추정”

13일 노웅래 의원실과 금속노조가 공개한 자료를 종합하면 포스코 2차 하청업체 60대 직원 A씨는 지난 9일 오후 포스코 포항제철소 안 3소결공장에서 배관 치수를 측정하던 중 추락해 숨졌다. 당시 A씨는 집진기 오른쪽 배관공사를 마치고, 다음 날 진행할 집진기 왼쪽 배관공사를 위해 수평으로 눕혀진 지름 4미터의 배관 위에서 치수를 측정하고 있었다. 그러다 배관의 부식된 부분을 밟아 배관이 파손되면서 배관 안으로 추락했다. 이후 A씨는 바로 옆으로 이어지는 약 7미터 높이의 수직 배관 안 하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노웅래 의원은 “부식된 외부 철판 파손으로 인해 배관 안으로 추락해 사망한 단순 추락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작업 중에는 기계 가동이 중단돼야 하는데도 고인의 작업 당시 집진기가 가동되고 있었던 것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었다는 주장이다. 노웅래 의원에 따르면 사고 당시 고인이 추락한 배관 안에는 초속 18미터, 섭씨 100도에 육박하는 초고속 열풍이 불고 있었다. 집진기란 철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생긴 먼지와 불순물 등을 흡기해 외부로 배출하는 시설이다.

노웅래 의원실 관계자는 “배관 안 열풍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불고 있었는데 오른쪽 뒤엔 거대한 팬이 있었다”며 “그쪽으로 가면 몸이 조각나니 고인은 무서워서 무리하게 바람 반대 방향인 왼쪽으로 탈출을 시도하다 왼쪽에 있던 배관 아래로 떨어져 숨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집진기가 가동되지 않았다면 무리하게 왼쪽으로 이동해 추락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집진기가 가동되지 않고 있었으면 고인이 부식된 곳을 밟았어도 (열풍에 빨려들어) 배관 안으로 추락 자체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발 하나 정도만 쏙 빠지거나, 설령 떨어졌다고 해도 배관 안에서 이동하지 않았을 거고 로프도 끊어지지 않았을 테니 절대 숨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에는 “사업주는 공작·수송·건설기계 등의 정비·청소·급유·검사·수리·교체 작업을 할 때에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으면 해당 기계의 운전을 정지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돈 몇 푼 아끼려다 소중한 목숨 또 사라져”

노조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다른 사고 사례를 봐도 설비 전원을 제대로 차단하지 않은 채로 정비하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며 “모든 작업의 기본은 설비를 끄고 하는 것이 원칙임에도 끄지 않은 것은 공장 생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웅래 의원도 “돈 몇 푼 아끼려다 소중한 목숨이 또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이 같은 위험이 극대화됐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고인과 같은 2차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본인들이 설비를 끈다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고, 가동을 꺼 달라는 소통을 운전실과 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외주화 과정에서 안전하게 일할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도 않아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조에 따르면 포스코에서는 올해만 해도 3건의 사고로 5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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