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명희 문화예술노동연대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또 다른 김용균 문화예술 노동자 산재실태 현장발표”의 사회를 보고 있다. <문화예술노동연대 페이스북 갈무리>

한 드라마 촬영장에서 소품차량이 인도로 돌진했다. 안전거리 확보와 리허설을 하지 않은 채였다. 스태프 한 명은 발목이 골절됐고, 다른 네 명도 부상을 당했다. 몇 달 뒤 같은 촬영장에서 화재 장면을 촬영하던 중 소품에 과하게 기름을 부으면서 화재가 발생해 스태프 두 명이 찰과상과 화상을 입었다.

또 다른 드라마 촬영장에서는 차량 추격신을 촬영하다 한 스태프가 ‘날았다’. 차량 앞부분에 사람이 탈 수 있도록 한 ‘슈팅카’를 타고 촬영하던 중 앞 차량과 부딪혔기 때문이다. 스태프는 척추뼈가 골절됐다.

김기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이 8일 오후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2주기 추모위원회가 서울 마포구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주최한 ‘또 다른 김용균, 문화예술 노동자 산재실태 현장발표’에서 발표한 실제 사례다. 김기영 지부장은 “방송 스태프들이 다친 것은 언론에 보도되지도 않아 그 심각성을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촬영장 스태프들은 산업재해 신청을 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부가 발표한 드라마 스태프 노동실태 긴급점검 조사에 따르면 스태프가 다칠 경우 산재보험으로 처리한다는 답변은 드라마 촬영장의 경우 26.4%로 나왔다. 독립PD·방송(외주)작가 노동실태와 정책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교양·예능 촬영장 스태프는 12.6%만 산재보험으로 처리한다고 했다. 본인 자비로 치료하는 경우는 드라마 촬영장 18.8%, 교양·예능 촬영장 19.6%로 나타났다. 드라마 스태프 노동실태 긴급점검 조사는 지난 8월27일부터 9월7일까지 드라마 스태프 330명을 대상으로, 독립PD·방송(외주)작가 노동실태와 정책지원 방안 연구는 지난 4월1일에서 15일까지 독립PD 21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조사됐다.

김 지부장은 “방송계의 수많은 문제는 사고처리 비용이 제대로 된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것보다 싸게 먹히기 때문에 일어난다”며 “사고가 나도 방송사나 제작사는 아무런 불이익도 없이 조용히 덮고 인력을 교체해도 괜찮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장에서 잠도 못 자며 일하는 스태프들 인건비를 줄이려는 방송사에 그럴 수 없다고,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방송계에서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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