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창립 3주년을 맞아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휴서울미디어노동자쉼터센터에서 ‘안전한 방송 현장을 위한 방향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유튜브 갈무리>

방송노동자 10명 중 9명이 제작현장에 안전관리자가 없었다고 응답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소규모 제작사가 대부분인 방송현장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50~100명 이상 사업장이 중심인 안전보건체계 기준을 하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창립 3주년을 맞아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휴서울미디어노동자쉼터센터에서 ‘안전한 방송 현장을 위한 방향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안전관리자 선임의무 없는 소규모 제작사들

센터는 지난 한 해 동안 수행한 ‘방송 노동 영역의 확장적 산업안전 정책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경력과 직군이 다양한 218명의 방송노동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내용이 포함됐다.

조사에 따르면 방송제작 현장은 영화제작 현장에 비해 안전관리자를 배치하는 비율이 낮았다. 응답자 96.8%는 “안전스태프·안전관리자가 없었다”고 답했다. 전국영화산업노조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3%가 제작현장에 안전관리자가 있었다고 답한 것과 비교된다.

방송현장이라고 해서 사고 위험이 낮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SBS 드라마 제작현장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고, 6월에는 CJENM 예능제작 스태프가 낙상 사고를 당했다.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따르면 방송현장 산업재해는 2014~2018년까지 164건 일어났다. 사고 중 절반 이상(85건)이 3개월 이상 치료를 필요로 했다.

그런데 제작사가 안전관리 책임을 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제작사의 상시근로자수가 적어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9 방송영상 산업백서’에 따르면 총 728개 방송영상독립제작사(2018년 기준) 중 50~99명 규모의 사업체는 69개(9.4%)이고 100명 이상 사업체는 4개(0.6%)에 불과했다.

김동현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산업안전보건법 외에 방송제작업 종사자의 산업안전보건 문제를 규율하는 개별 법제는 없다”며 “현행 안전보건 체계는 상시근로자 50명 이상의 사업장에 안전관리자·안전보건관리책임자 선임을 의무로 하고 있어 일부 방송사와 대규모 외주제작사만 적용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스태프와 관련한 안전 문제에 대해서 책임소재가 분명하지 않고 책임을 서로 회피하는 경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별도 법령 제정할 필요 있어”

수개월에 걸쳐 제작되는 방송 프로젝트 특성상 상시근로자를 책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를 고려해 산업안전보건법상 갖춰야 하는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사업장이 아닌 사업(방송 프로젝트)을 기준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송법 등 관계 법령에 노동자 안전을 보장하는 내용을 포함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박기형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방송사와 제작사의 의무를 명시하고 방송산업 종사자의 권리를 규정하는 법령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사업장이 아닌 방송 사업 단위로 사업주가 안전보건관리체제를 갖추도록 하고 안전관리자 배치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기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은 방송현장의 ‘원청’으로 여겨지는 방송사에 사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부장은 “방송프로를 제작하다 사람이 다치거나 죽으면 방송사를 강력히 처벌해야 하고 방송이 전파를 타도록 하면 안 된다”며 “방송노동자의 사용자가 불분명하다고 해서 처벌을 유예한다면 방송 현장의 사고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