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정의당이 김종철(50·사진) 대표 체제 출항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김종철 대표 당선으로 정의당 뿌리인 민주노동당 세월까지 20여년 만에 2세대 지도부가 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종철 대표는 1999년 국민승리21 권영길 대표 비서로 정치에 입문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노동당·정의당까지 진보정당 한길을 걸어왔다. 대변인과 부대표, 최고위원, 대표 권한대행, 원내대표 비서실장 등 당직을 두루 맡았고, 서울 동작구 국회의원(2012년 총선·2014년 재보선)과 서울시장(2006년), 비례대표(2020년 총선)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이번 6기 당대표 선거 결과는 원내출신이 아닌 원외인사가 당선됐다는 점에서 이변으로 꼽힌다. 총선 실패와 탈당 위기 속에서 정의당의 흔들리는 좌표를 바로 세울 인물로 당원들은 김종철을 선택했다. 김 대표는 선거에서 ‘선명한 진보야당’을 내세우며 더불어민주당과의 ‘정책 경쟁’을 선언하고, 탈자본주의 대안사회라는 ‘진보의 미래’를 제시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2일 오후 국회 본청 정의당 당대표회의실에서 김종철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11일 취임했다.

여야 대표 만나 보니 “정의당이 끌어가야”

- 취임 뒤 여야와 청와대 인사를 두루 만났고, 노동자 농성현장도 다녔다.
“지금은 신상품(?)이라서 잘 팔리고 있다. 하하. 이제는 신상품만으로는 안 된다. 효용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여야를 만나) 여러 정책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걸 어떻게 하면 구현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잠이 잘 안 온다.”

김 대표는 당대표 선거 때 공약으로 ‘정책 경쟁’을 내세운 바 있다. 취임 뒤 여야 대표를 만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전 국민 고용·소득보험제 도입, 낙태죄 관련법 개정 등 3가지 정책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 여야 대표를 만난 느낌은 어땠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고 하지만 (우리 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전 국민 고용·소득보험제 역시 우리가 요구하는 자영업자까지 포괄하는 큰 그림을 가졌다고 느끼지 못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는 나름대로 신선한 정책 대담을 했다. 스웨덴 모델로 가자고 말하더라.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 진지하게 논의해서 (의견이) 나온 것 같지는 않았다. 과연 될까. 결국은 우리가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다. 정의당이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압력이 되면 더불어민주당이 안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정의당 6기 당직선거는 지난 총선 실패에서 비롯됐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지만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전술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의당은 6석 유지에 그쳤고 그나마 지역구의석 1석을 잃었다. 김 대표는 총선 실패 원인을 어떻게 진단할까.

“정의당이 차별화하지 못한 게 문제였습니다. 위성정당이 나오면서 역부족이었죠. 더불어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내세울지 상상도 못했어요. 그 과정에서 전술적으로 빨리 태세전환을 해서 우리 이야기를 많이 하며 차별화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과감한 정책·금기 깨기로 차별화 못한 게 패착”

- 무엇을 차별화하지 못했다는 것인가.
“더 과감한 정책을 제시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금기를 깨는 정책을 먼저 이야기했다면 정의당이 신선하다며 토론이 많이 됐을 것이다. 기본자산제 도입이나 과감한 공공주택 투자에 대해 말하지 못했다. 세금정책에서도 과감함이 부족했다. 서민도 증세에 참여해야 고소득자 증세를 더 할 수 있다. 금기 깨기에 소홀했다.”

- 총선 뒤 정의당을 뒤덮은 단어는 ‘위기’였다. 총선 실패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2중대 논란과 조국 사태·박원순 조문 논란을 거치며 논쟁과 탈당이 이어졌다. 위기의 근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당원을 과감하게 진보적으로 만들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사이에 동요하게 뒀고, 진보의제를 통해 진보정당 정체성을 강화하지 못했다. 지도부가 원내활동에 너무 바빴다. 공직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 제정 등에 집중했고, 당원들을 직접 참가하는 활동당원이 아닌 관망하는 후원당원 비슷하게 방치했다. 이번에 주요 과제 중 하나로 당원들이 활동하게 하겠다는 게 있다. 앞으로 지역을 많이 돌아다니려고 한다.”

- 정의당은 총선 실패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혁신위원회를 출범했다. 혁신위는 혁신안에서 ‘정의로운 복지’를 넘어선 강령을 요구했다.
“제가 혁신위에 참여하지 않아 그 고민을 다 이해할 수는 없다. 다만 강령 개정을 이야기한 것은 불평등·기후위기·젠더평등 같은 다양한 가치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정의당이 수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받아들였다. 한 가지 단일이념으로 다시 재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다원주의 사회와 맞지 않다. 오히려 다양한 진보이념이 폭넓게 공존하는 게 나을 수 있다. 그게 정의당이 갈 길이다. 다양하다고 해서 선명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 국민은 ‘선명한 진보’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그린뉴딜을 한다면서도 정부 책임은 최소화하고 민간자본에 거의 맡긴다는 건데 그건 성장 아이템이지, 그린뉴딜이 아니다. 정부가 과감히 공공투자를 해야 한다. 직접고용을 하고 기술투자를 선도해야 한다.”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은 “우리 삶을 바꾸는 이야기”

-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조직 열세에, 원외인사 한계를 딛고 당선됐다. 오래전부터 준비했다고 들었다. 무엇을 바꾸고 싶었던 건가.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 진출에 실패했다. 비례대표로 나섰다는 것은 당을 이끌어 가고 싶은 방향이 있었다는 의미다. 그때 하고 싶었던 것을 실현할 주요 통로로서 당대표를 고민했다. 심상정 이후 어떤 대표가 들어서야 할까, 과감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는 비례대표 경선에서도 금기를 깨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 면에서 정책적으로 오래전부터 준비했던 셈이다.”

김 대표는 선거를 하면서 “내가 꼭 돼야 하겠구나. 아니면 당이 쉽지 않겠다”고 느꼈다고 한다. 무슨 의미일까.

“배진교 후보도 좋은 분입니다. 배 후보는 당 내부의 혁신, 정파와 당원 간 신뢰 문제, 원·내외 가교 역할을 언급했습니다. 문제는 무엇이 빠졌느냐. 그걸 바탕으로 국민에게 무엇을 내놓을 거냐. 최소한 저보다 과감하지는 않았습니다. 당의 화합과 정파 문제도 중요하지만, 국민에게 그런 입장이 중요할까요. 우리 삶을 바꾸는 데 파격적이고 도전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했죠.”

- 원외인사로서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원내인사가 (당대표를 하면) 반대로 잃는 게 있다. 당대표는 전국 당조직을 추슬러야 한다. 전국을 직접 뛰어다녀야 한다. 지역 당원에게 열기를 심어 주고 활동가들을 붐업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지역에는 상근자가 필요하다. 당대표가 당원을 만나 설득하고 공유하며 당원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지방선거에서 후보로 내세울 수 있다. (원외인사인) 제가 당원과 보낼 시간이 많다.”

- 오랫동안 당을 지키며 한길을 걸어온 당직자들이 지난 총선에서도 빛을 보지 못했다.
“청년비례대표 앞 순위 배정에 대해 말하는 것 같은데, (앞 순위 배정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류호정·장혜영 의원이 잘하고 있지 않나. 한 가지 고민은, 청년비례대표가 청년정치인의 유일한 통로가 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지역에 나가 일점돌파를 한다든지, 지역활동에서 인정받고, 주요 당직으로 이어져야 한다. 효과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 정기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허락하는 개혁에 머물 생각 없다”

- 지난 선거에서 ‘선명한 진보야당’을 강조하며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사회’를 말했다. 그 길은 무엇인가.
“탈자본주의 대안사회가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길이지만, 어려운 길이다. 추상적이 아닌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어떤 재화는 자본주의적으로 거래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공공주택을 상당 부분 확보했을 때 주택을 투기 대상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에너지·수도·교통도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노동자 권리를 강화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노동의 시장화를 극복하는 것이니까. 비정규직에게 더 많은 수당을 주도록 강제하고, 노동시장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것도 포함된다. 기후위기 대응 역시 시장이 아닌 공적영역으로 끌고 와야 한다. 그런 구체적인 정책으로 승부해야 할 것이다. 끊임없이 (구체적인 정책을) 던질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 선거에서 정의당을 ‘노동중심 대중정당’으로 제대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노동본부 활성화와 산별노조 육성운동, 플랫폼·고령·여성 노동자 대응, 노동자 경영참가 지배구조 도입, 노동시간 획기적 단축,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구현을 제시했다.

- 노동중심 대중정당은 어떻게 구현할 수 있나.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하며 노동의제를 많이 이야기했지만 실제 많은 약속이 유야무야됐다. 노동시간단축만 해도 기세 좋게 시작했다가 (시행 뒤) 계도기간을 두는 등 흐지부지된 느낌이다. 그럴수록 우리는 원칙적 입장에서 정부에 비판할 것은 하고, 더 다양한 것을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

- 정의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전 국민 고용·소득보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협조 없이는 쉽지 않다. 어떻게 관철해 낼 것인가.
“우리는 우리 내용과 정책을 통해 지지자를 만들어 낼 것이다. 정의당 지지율이 올라가면 더불어민주당도 움직일 수밖에 없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관련해서도 국민동의청원, 1인 시위 등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을) 움직이고 있다. 거대 양당은 지금까지 뭐하고 있는 건가. 전 국민 고용·소득보험도 우리가 자영업자를 직접 설득해서 동의를 받을 계획이다. 그러면 정부가 이 제도를 안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우리가 실천해서 압박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허락하는 개혁에 머물 생각은 없다.”

“내년 재보선, 정의당이 선거연대 이끌 것”

- 내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불출마를 요구하고 있다. 내후년에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다. 앞으로 계획은.
“더불어민주당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중대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선을 실시할 경우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을 지켜야 할 것이다. 우리는 끝까지 후보를 내서 완주할 것이다. 선택을 받으려면 과감한 공약을 내는 게 중요하다. 비더불어민주당과 비국민의힘, 진보진영 선거연대를 정의당이 이끌겠다. 어떤 세력을 만날지는 차후 검토하겠다. 대선에 앞서 내년 재보궐 선거를 잘 치르는 게 우선이다. 대선에서는 우리도 후보군이 많다. 심상정·이정미 전 대표와 윤소하 전 원내대표도 있고, 저도 열심히 해서 국민이 보기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

- 김종철 대표 당선으로 정의당은 권영길·노회찬·심상정 1세대에 이어 2세대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대교체가 성공하려면 제2의 권영길·노회찬·심상정이 나와야 한다. 정의당 2기의 과제와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부대표들을 비롯해 2세대 주자들이 전면에서 당직을 맡아 (능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류호정·장혜영 의원과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 등 3세대도 있다. 세대별로 역할을 하도록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저의 몫이다.”

- 올해는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는 해다. 대표는 최근 창당 8주년 기념식에서 고 노회찬 의원의 6411번 버스 정신은 변함없는 창당정신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노동자 삶이 더 어려워진 상태다. 정의당이 이어 가야 할 정신은 무엇인가. 
“노동자들이 가장 힘든 시기다. 정의당이 노동자와 함께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상대적으로 노동자와 접촉면이 적었다. 이를 복원해 내고 최대한 곁에 갈 테니, 더 많은 조언과 질책, 지지를 부탁한다. 진보정당이 강해져야 노동자 삶도 나아진다. 함께 고민해 주시길 바란다.”

글=연윤정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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