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대우버스지회

자일대우상용차(대우버스) 노동자들이 역대 최장 수준 장마와 폭우 속에서도 울산공장 폐쇄와 해외공장 이전 추진에 반대하며 5일로 24일째 상경투쟁을 하고 있다.

30명씩 3박4일 상경투쟁
“내가 만든 버스 운행, 자부심 느껴”


5일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대우버스·대우버스사무지회에 따르면 420여명의 조합원이 30명씩 조를 편성해 3박4일 일정으로 국회·KDB산업은행이 있는 서울 여의도 일대와 청와대, 백성학 영안그룹 회장 서울 성북동 자택, 숭의여대 등지로 흩어져 상경투쟁을 24일째 하고 있다. 대우버스 울산공장 앞 천막농성을 한 지는 80일째다.

대우버스 노동자들은 영안그룹의 울산공장 폐쇄와 베트남공장 이전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대주주인 백성학 회장은 3월 말 울산공장을 방문해 공장폐쇄 계획을 알렸다. 대신 베트남공장을 메인공장으로 육성하고 베트남에서 제조한 차량을 역수입해 판매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600여명이던 울산공장 직원은 대우버스가 지난 6월30일 계약직 직원들의 계약을 해지하며 450여명이 남은 상황이다.

울산공장은 지난달 1일부터 이달 31일까지 휴업에 들어갔다. 영안그룹은 6월22일 울산공장 직원들에 대해 희망퇴직 시행을 공고했다. 지회에 따르면 희망퇴직은 위로금 없이 기본급 수준으로 지급될 예정으로 현재까지 10명 미만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버스에서 32년간 도장업무를 한 ㄱ(59)씨는 내년 7월 정년퇴직을 앞뒀다. 지난 2일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폭우로 울산에서 서울까지 꼬박 8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저녁에는 서울 정동 금속노조 사무실에서 단열재를 깔고 잠을 잤다. 녹록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투쟁을 하는 이유에 대해 ㄱ씨는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선배로서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계약직으로 일하다 지난해 5월 정규직으로 재입사한 ㄴ(28)씨도 ㄱ씨와 같은 마음이다. 입사하자마자 갑작스러운 공장폐쇄와 해외이전 소식에 고용불안에 내몰리게 됐다. ㄴ씨는 “내가 만든 버스가 시내를 돌아다니는 걸 보면서 자부심을 느꼈다”며 "투쟁을 통해 공장 정상화를 이뤄 내고 싶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대우버스지회

단협 위반 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 뒤에도
“베트남 수출 위한 포장업무 진행 중”


지회의 투쟁과 농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영안그룹의 태도에는 변화가 없는 모양새다. 회사는 공장폐쇄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운영방향 변경이라는 것이다.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지난 22일 금속노조가 대우버스를 상대로 제기한 단체협약 위반 금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12월31일까지 단협상 절차에 따른 채권자와의 합의 없이 울산공장에 생산하는 5개 차량을 베트남 및 기타 해외공장에 생산하기 위한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판결했다. 울산공장의 물적 설비가 아닌 울산공장이 담당하던 차량 생산작업을 베트남 공장으로 이전하는 것은 공장 이전이 아니라는 회사의 논리를 기각하고 노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법원 결정에도 사측은 기존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는 게 지회 주장이다. 박재우 노조 대우버스지회장은 “베트남 수출을 위한 포장업무를 계속 진행 중”이라며 “법원이 공장수주와 생산을 전면 중단하는 행위도 금지했는데 수주업무를 하는 자동차 판매쪽도 지난 3일부터 이달 말까지 휴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백성학 회장 집 앞에서 농성을 한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종합한 결과, 백 회장은 법원 결정을 따르지 않는 것에 대해 “임원들이 결정한 사항이라 모른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회는 상경투쟁과 울산공장 앞 천막농성을 계속한다. 이후 영안그룹 계열사인 OBS경인TV·자일자동차판매 ·클라크 노동자들과 연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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