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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의 실무행정 여전히 문제다권동희 공인노무사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 권동희 공인노무사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한 뒤 조사와 판정 과정이 순조롭고 신속하게 이뤄질까.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은 산재 자체에도 힘들어 하지만 이를 처리하는 공단 행정 문제를 여전히 지적하고 있다.

첫째, 산재신청 과정이 불편하다. 지난해 8월 공단은 산재신청서 서식이 쉬워진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기존 초진소견서는 병원에서 발급해 주기를 거부하거나 의사도 잘 알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다. 이에 요양급여소견서를 제출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경우 진단서나 소견서를 첨부해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그런데 공단 관행은 많이 바뀌지 않았다. 실제 치료가 끝난 상병에 대해 요양비를 청구했으나 공단이 요양급여소견서를 병원에서 발급받아 제출하도록 요구한 사례가 최근 제기됐다. 치료기간이 명시된 진단서를 제출했으나 공단이 여전히 요양급여소견서 발급을 요청한 경우도 있다. 일부 공단 지사에서는 본부 지침이 새롭게 내려와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고 있다.

둘째, 기초적인 안내조차 하지 않는다. 산재신청서가 접수되면 접수 통지 문자를 재해자에게만 안내할 뿐 대리인에게 통지하지 않는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회부한 때에도 이런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실제 재해자가 알려 주지 않으면 대리인이 판정 기일을 놓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산재신청 접수 이후 담당자가 누구인지, 어떻게 이 사건을 조사하는 것인지 등을 전혀 안내하지 않는다. 사건조사가 진행 중이니 무조건 기다리라는 식이다. 담당자가 변경돼도 통지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팩스 통지를 하는 경우가 많다. “궁금하면 전화하면 되지 않느냐”고 되레 역정을 내는 이도 있다. 불승인이 통지돼도 왜 불승인됐는지 구체적 내용을 처분서에 담지 않은 일도 있다. 질병판정위 판정서를 정보공개신청을 해야 주는 불편한 제도도 여전하다. 공무원연금공단은 공무상재해가 승인되면 요양비청구 등을 알기 쉽고 자세하게 서면으로 안내해 주지만, 근로복지공단은 그렇지 못하다.

셋째, 지사 담당자의 적극적인 조사가 부족하다. 산재 접수 후 공단 담당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재해자에게 문답조사서를 보내는 것이다. 뇌심혈관계질환·근골격계질환·정신질환·자살 등도 마찬가지다. 일반노동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도 많다. 목포지사의 경우 문답서 1면에 “허위 작성할 경우 처벌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표기한 바 있다. 재해노동자를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다. 결국 공단 담당자가 해야 할 많은 일들이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런 시스템으로 인해 대리인을 선임하거나 노동조합 또는 회사가 지원하는 경우가 아닌 소규모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이 문답조사서 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5명 미만 사업장과 500명 이상 사업장의 업무상질병 인정률이 8.4%포인트나 차이를 보이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특진 사안으로 넘겨진 경우에는 담당자들의 적극적인 모습을 더욱 보기 어렵다. 어느 순간부터 공단은 서면조사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

넷째, 불필요한 검사와 부당한 규정을 강요한다. 공황장애 상병으로 산재신청을 한 A씨 사례를 보자. 산재신청 이후 해당 지사는 특진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특진 대상이 아니라고 하자 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119조에 의한 진찰요구 대상이라고 했다. 상병이 완치돼 업무에 복귀해 근무 중인 노동자에게 임상심리검사를 받으라는 것이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단된 상병이고, 이미 치료가 끝난 노동자에게 불필요한 검사를 강요하는 것이다. 공단은 검사를 받지 않으면 서류를 반려하겠다고 했다. 마치 팔목이 부러진 이후 엑스레이(X-ray) 검사를 하고 완치한 후 다시 엑스레이를 찍으라는 식이다. 상병상태를 감안하지 않은 규정의 일률적 적용을 강요하는 행정이다.

다섯째, 판정 기간이 너무 길다. 일단 신청 이후 직업성질병의 경우 질병판정위 심의까지 기간을 예측하기 어렵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소요일수는 뇌심혈관계질환의 경우 통상 4~5개월, 근골격계질환의 경우 3~4개월, 정신질환의 경우 6~7개월, 직업성 암과 자살사건의 경우 1년 이상이다. 2018년 공단의 산재 처리기간은 166.8일이었다. 질병판정위 회부 이후 결정하기까지의 기간은 지난해 39.9일이었다. 법정기한인 20일을 모두 넘기고 있으며, 2018년 29.4일에 비해 10.5일이나 늘었다. 심의·판정 기간이 장기화할수록 노동자들은 생계·치료·회사와의 갈등·직장복귀 등 심각한 문제에 시달린다. 심의·판정이 장기화해 산재신청을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공단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현황 분석 자료를 보더라도 실질적 개선책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업무상질병 인정률이 높아졌고, 기존의 불합리한 공단 지침 등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이는 노동계와 국회·고용노동부 등의 노력과 영향이 큰 것이었지, 공단 스스로 제도개선을 추진한 결과는 아니다. 공단이 내건 핵심 가치 중 첫 번째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다. 공단은 산재 노동자들이 여전히 보상 행정을 신속하고 공정하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권동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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