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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노동자들은 어떻게 산재·보호 제도에서 배제당하는가라이더유니온 "전속성 기준 약하다며 일부 배달노동자 산재 승인 보류"
▲ 라이더유니온이 26일 오전 서울이동노동자 합정쉼터 세미나실에서 "도로 위에 지는 삶, 라이더가 위험하다" 기자회견을 열고 진주 라이더 사망 사건과 노동 현장 실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배달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본업이 아닌 부업으로 배달일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플랫폼기업인 ㈜우아한형제들이 선보인 배민커넥트가 대표적이다. 배민커넥트는 배달 경험이 없는 일반인이 원하는 날짜·시간에 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별도의 주업을 가진 이들도 짬을 내 배민커넥트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6일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전속성이 약한 배민커넥터의 산재 승인을 2개월째 보류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은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 이동노동자 합정쉼터에서 '도로 위에 지는 삶, 라이더가 위험하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라이더유니온은 "노동부의 구시대적인 전속성 기준으로 라이더들이 산재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다"며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가 시대에 맞춰 함께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재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배달노동자"

배민커넥트를 운영하는 플랫폼기업인 우아한형제들에서 일하는 배민커넥터는 월 2만8천원가량의 산재보험료를 납부한다. 이 중 절반은 우아한형제들이 부담한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사업주 신분이지만 산재보험 특례적용을 받는다. 그런데 산재보험 가입 당시 어떤 문제도 제기하지 않던 노동부가 일부 배민커넥터의 경우 '퀵서비스기사 및 대리운전기사의 전속성 기준(노동부 고시 2017-21호)'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산재 승인을 보류하고 있다. 배민커넥터가 산재보험을 적용받으려면 고시에 따라 해당 노동자는 전체 소득의 절반 이상을 배민커넥트 업무에서 얻거나 업무시간의 과반을 배민커넥트에 써야 한다. 혹은 월 109시간 이상을 일해 118만5천원 이상의 소득을 올려야 한다.

라이더유니온은 "낡은 전속성 개념을 폐기해야 한다"며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9개 직종에 제한되면서 쿠팡플렉스 노동자는 일하다 다쳐도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된다"고 꼬집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적용받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보험설계사·학습지교사·택배기사·전속 퀵서비스기사·골프장 캐디·보험모집인·대출모집인·신용카드모집인·전속 대리운전 직종뿐이다. 쿠팡플렉스 노동자는 자기 소유 차량을 이용해 쿠팡의 물건을 배송하지만 전속성이 약하다.

노동부 관계자는 "배민커넥터의 경우 산재보험에 모두 가입했기 때문에 사고발생 시점에 노동부 고시 전속성 기준이 맞는지 아닌지 판단해서 보상을 할 것"이라며 "전속성이 약한 경우는 1인 자영업자로 가입해야 하지만 배민커넥터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가입한 경우이기 때문에 이후 가입을 다시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고용직 모두가 결사의 자유 누려야"

라이더유니온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산재를 당했을 때 정부는 근로자 여부를 먼저 조사해야 한다"며 "근로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가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차 산업혁명이나 플랫폼 노동으로 불리지만 실상은 '위장도급'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서울 같은 대도시보다 인구 규모가 적으면 적을수록 이런 경향이 뚜렷해진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부릉·바로고·생각대로 같은 배달대행 플랫폼사는 지역 배달대행업체와 프로그램 사용에 관한 위탁계약을 맺고,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지역 배달대행업체 대표가 배달노동자와 계약을 맺고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 휴무일 등을 지정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업무를 강제로 지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배달대행업체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지난 10월 경남 진주에서 배달 일을 하다 숨진 A(19)군 사례가 그렇다. A군이 사망한 뒤 유족은 근로복지공단 직원의 안내에 따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산재를 신청했다. 로그인 기록을 살펴 보니 A군은 지난 9월6일부터 사고가 난 10월24일까지 단 하루를 쉬었다. 라이더유니온은 유족과 함께 배달대행업체 사용자의 지휘·감독 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자료를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산재보상을 받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뒤 핑퐁게임이 시작했다. 근로복지공단은 노동부의 근로자성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고, 노동부는 찾아온 유족에게 시급을 받지 않으면 근로자로 인정받기 힘들다고 답했다. 과로가 사고 원인이라 하더라도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배달대행업체 사용자의 지휘·감독 책임은 옅어진다.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노무사는 "당사자들은 산재보험 제도를 알기 어렵다"며 "산재보험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어떻게 가입해야 하는지,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 배운 적도 없는데 어떻게 알겠냐"고 되물었다. 라이더유니온은 "헌법에 보장하는 결사의 자유는 정부가 허가해야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모든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개정하고 특수고용직에 설립신고증을 교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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