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저는 배민라이더예요. 이게 직업이고 직장이거든요. 그런데 한 달짜리 계약을 매달 갱신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회사는 네가 근무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어떤 직장이 한 달짜리 계약을 갱신하나요. 불안해서 어떻게 사나요.”

김진성(가명)씨는 배달음식주문앱 배달의민족을 통해 들어온 주문 음식을 배달하는 노동자로 4년째 일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를 배민라이더라고 부른다. 김씨는 배민라이더스 운영사인 ‘우아한청년들’과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는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건당 수수료가 그들의 임금이 된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일 계약서가 바뀌기 전까지 3개월 단위 계약서를 작성해 왔다. 회사는 플랫폼 노동자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계약내용은 물론 수수료를 변경했다. 라이더유니온(위원장 박정훈)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인 계약변경 사실을 폭로했다. 배민라이더스의 상징인 민트색 안전모를 쓰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배달의민족은 부당한 근무조건 변경을 멈추고 라이더들의 불안정한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리한 계약조건이지만 계속 일하기 위해 수용”

신아무개씨는 지난달 우아한청년들에서 계약기간이 3개월에서 1개월로 바뀐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신씨는 “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계약서를 쓰게 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3개월 단위 계약서가 언제부터 1개월 단위 계약서로 바뀌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배민라이더스는 우아한청년들과 업무위탁계약을 개별적으로 맺는 구조인데, 사측은 계약 내용을 수시로 바꿔 라이더들과 계약을 체결한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라이더들과 일괄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다시 수정해 계약을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더유니온은 바뀐 계약서의 계약해지 조항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배민라이더스가 우아한청년들과 맺은 계약서 내용을 보면 “갑과 을은 계약 종료일의 각 7일 전 또는 1일 전까지 상대방에 대해 계약 종료 의사를 통지함으로써 계약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정훈 위원장은 “많은 조합원들이 노조활동을 했다가 불이익한 처우를 받는 것이 아니냐, 혹은 계약이 종료되는 것이 아니냐고 두려워한다”고 전했다.

회사와 라이더가 맺은 계약서가 불공정 계약에 해당할 공산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한 달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것에 대해서는 최초 투입비용 등 사업 특성을 고려해야 해 (어느 한쪽에) 반드시 불리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1일 전에 계약연장 여부를 통보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수료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아무도 몰라”

수수료도 갑작스레 바뀌었다. 우아한청년들은 매일 저녁 9시 다음날 배달수수료를 공지하는 시스템을 지난달 4일 도입했다. 3천원을 기본배달료로 제공하고 라이더 숫자와 날씨, 해당 지역 상황 등을 감안해 프로모션 금액을 500원에서 2천원까지 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종의 인센티브 격차를 키워 노동강도를 높이는 것이다. 라이더유니온은 “수수료가 어떤 기준으로 책정되는지, 지역별로 다른 이유가 무엇인지 라이더들은 알지 못한다”며 깜깜이 수수료 체계를 비판했다.

시행 중인 제도를 바꾸고, 라이더들에게 제대로 공지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우아한청년들은 지각·무단 결근·무단 조퇴·무단 업무불이행시 근무 건당 300원을 차감한 페널티 제도를 운용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가 요기요플러스 배달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사실이 알려지자 우아한청년들은 조용히 페널티 제도를 없앴다. 라이더들에게 별도 공지는 없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북부지청은 지난해 10월28일 5명의 요기요플러스 라이더를 근로자로 인정했다. 해당 사실은 같은해 11월6일라이더유니온의 기자회견을 통해 알려졌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프로모션 비용은 배달 품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날씨 등 환경적인 요인부터 특정 지역 상황을 시작해서 감안해 프로모션 비용을 정해서 그때그때마다 변동이 있을 수밖에 없어서 전날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