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고객센터 전담자회사인 씨에스원파트너에서 일하는 A씨는 사내 단체대화방만 보면 화가 치민다. 직원들이 모여 있는 대화방에서 팀장·주임·상담사들이 성적 농담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고받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A씨는 "메신저뿐만 아니라 회식자리에서도 밤일·야동·비아그라 같은 얘기를 많이 한다"며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성적 농담을 일삼는 것은 명백히 근절해야 할 악습"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거세게 불어닥친 미투(Me too, 나도 피해자) 운동의 영향으로 성희롱에 대한 국민적 감수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직장인들이 성희롱에 무감하다는 방증이다.

14일 <매일노동뉴스>가 씨에스원파트너 단체대화방에서 오간 내용을 확인했더니 직책을 불문하고 농담을 빙자한 성적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팀장 B씨가 "성생활이 유지되는 남성이 오래 산다는 논문을 봤다"며 "인류는 곧 멸망할 것 같다"고 하자, 주임 C씨는 "○○형님은 성생활 유지 잘하시니까"라고 받았다. 곧바로 상담사 D씨는 "그렇죠. 형님 약도 드시는데요"라고 맞장구를 쳤다. '○○형님'으로 지칭된 E씨는 "헛 대박 조크"라고 했다. 또 다른 주임 F씨는 "오래 살기 싫은데 성욕이 많아서 큰일이네요ㅋㅋㅋ"라고 답글을 달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단체대화방 대화 내용에 대해 "직장내 성희롱으로 볼 수 있다"며 "회사 담당부서에 신고하거나 노동부 직장내 성희롱 익명신고센터에 신고를 접수하면 사업장 관할 지청에 사건이 배당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8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직장내 성희롱 익명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건수는 1천441건이다. 올해 3월7일까지 센터에 신고된 성희롱 유형을 보면 성적 농담이나 음담패설로 피해자에게 불쾌감·굴욕감을 준 경우가 42%로, 신체접촉·추행(48.5%) 다음으로 많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대면 상황에서 이뤄진 성적 행위나 언동뿐 아니라 메신저상 대화도 성희롱으로 인정한 바 있다. 인권위는 "어떠한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성적 언동이 피해자의 주관적 관점에서뿐 아니라 합리적인 여성의 관점에서 봐도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행위인지 여부를 판단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사내 메신저나 회식자리에서 성적 농담이 제재되기를 바란다"며 "개선되지 않으면 외부기관에 신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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