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경기도 남양주 마석가구단지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의 심혈관계질환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로서 겪는 불안감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친구들은 설립 20주년을 맞아 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포용국가와 이주민 건강불평등"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희망의친구들은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미등록·등록 이주노동자가 월 회비를 납부하면 입원수술비 등을 지원하는 의료지원단체다. 1999년 만들어졌다.

이창호 한양대 글로벌다문화연구원 연구교수는 이날 마석가구단지에 거주하는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중 고혈압(수축기혈압 140mmHg)을 겪는 10명을 면담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창호 연구교수는 질환자들과 심층대화로 공통된 생활패턴·환경을 찾는 조사방식을 활용했다.

그는 미등록 상태의 이주노동자가 상시적으로 느끼는 단속에 대한 두려움과 열악한 노동환경이 고혈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10명의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중 7명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출입국 단속반 직원에게 잡혀갈까 봐 여유시간이 있을 때도 장거리 외출을 삼갔다.

이주노동자 스스로가 꼽은 고혈압 원인은 △고국에 있는 가족들에 대한 걱정 △업무 중 스트레스 △음주·흡연 등 좋지 못한 생활습관이다. 한국에 들어온 지 7년이 넘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A씨(33)는 면접조사 과정에서 "한국인 회사 동료가 욕을 하는데도 참고 일한다"고 증언했다.

국가 문화적 특성도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방글라데시는 가장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구조다. 자녀 대학 진학부터 결혼까지 들어가는 비용이 수천 만원에 이를 정도로 경제적 부담이 크다.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는 귀국하고 싶어도 한국에 남아 계속 돈을 벌어야 한다. 경제적 책무에 대한 부담은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 단속에 대한 불안감을 증대시킨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창호 교수는 "전체 체류 외국인의 15%에 해당하는 미등록 이주민의 삶과 건강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양주 마석가구단지에는 700~800명의 미등록·등록 이주노동자가 거주한다. 이 중 300여명이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다. 300여명 중 상당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추정된다. 1990년대 마석가구단지가 들어서면서 해당 지역의 이주노동자 유입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