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LG유플러스 인터넷망을 관리하는 노동자들이 직접고용되고 1년이 지나도록 사측과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파업하더라도 참여할 수 없는 업무·인원을 명시하는 필수유지업무협정과 임금인상을 정률로 할지 정액으로 할지를 놓고 노사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사측은 필수유지업무 비율을 83%로 제시했는데 직접고용된 노동자 중 조합원 비중과 동일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9월 직접고용되기 전에는 협력업체 노동자라는 이유로, 직접고용된 뒤에는 필수공익사업장이라는 이유로 노동자들은 노동권을 행사하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조합원 비율=필수유지업무율?

16일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한마음지부(지부장 이종삼)에 따르면 17일 11차 본교섭이 예정돼 있지만 노사 이견이 팽팽해 합의 가능성이 높지 않다. 문제는 필수유지업무 제도 탓에 지부가 쟁의권을 행사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71조2항에 따라 통신업은 필수공익사업에 해당하는데 이 경우 노사 자율로 필수유지업무 비율을 합의해야 한다. 하지만 사측은 필수유지업무 비율로 83%를 요구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노사는 지난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필수유지업무 비율을 결정해 달라고 신청했다.

지부는 사측이 필수유지업무제도를 무기로 쟁의권을 옥죄고 있다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가 필수유지업무 비율로 제시하는 83%는 공교롭게도 지난해 직고용된 기술운영직군 노동자(1천700여명) 중 지부 조합원(1천406명)이 차지하는 비율과 같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9월 이전까지만 해도 망 유지·보수를 ENP(engineering and network partner)로 불리는 수탁사에 맡겼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 정황을 확인하고 근로감독을 시작하자 같은해 7월 1천700여명의 기술운영직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동자들은 그해 9월 직접고용됐다.

지부는 사측 주장대로 필수유지업무비율이 83%로 결정될 경우 노조의 쟁의권은 사실상 무력화한다고 주장한다. 노조법 43조에 따르면 필수공익사업장은 파업 참가자의 50%에 해당하는 인원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할 수 있다. 이종삼 지부장은 “사측은 계속해서 (지부에) 필수유지업무 제도로 파업을 해도 소용이 없다고 말한다”며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지부장은 “노조법은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를 필수유지업무로 규정하고 있지만 사측은 고객 불만이 나올 만한 업무를 필수유지업무로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노동위원회 결정 통신업계 표본될까”

서울지노위 결정에도 눈길이 쏠린다. 지노위가 LG유플러스 사건에서 망관리 업무의 필수유지업무 비율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다른 통신업계 망관리 노동자 쟁의권 행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왕의조 노조 조직국장은 “(이번 결정은) 통신업계 표본이 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지만 외주업체에서 일하는 타사 망관리 노동자 전원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국민경제와 복리에 큰 영향을 미쳐 필수유지업무라고 규정하면서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현재 SK텔레콤의 경우 유선 망관리를 여전히 외주업체에 맡기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필수유지업무에 관해 노사가 교섭 과정에서 이견을 확인했고 현재는 서울지노위에 결정신청을 한 상태”라며 “지노위에 결정이 일임된 상태라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국회 본청에서 정의당과 공공운수노조·희망연대노조가 국제노동기구(ILO) 권고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필수공익사업-필수유지업무제도의 전면적인 개정을 위한 정책협약을 맺었다. 이들은 사업주가 필수유지업무 제도를 악용해 노조무력화와 장기파업을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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