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안산·시흥·부천을 관통하는 광역철도인 서해선 노동자는 사측과 파업시 필수업무 유지에 필요한 인원(필수유지업무비율)에 합의하지 못했다. 갈등은 사측이 역사 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업무를 처리하는 고객시설안전원(역무원)의 업무 범위를 기계·운전취급 등으로 광범위하게 정의해 필수유지업무라고 주장하면서 발생했다. 공공운수노조 서해선지부는 "고객시설안전원은 역사 내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뽑은 인력으로 운전취급 업무를 맡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필수유지업무 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사측의 꼼수"라고 비판했다. 필수유지업무 대상이 확대되면 파업에 참여할 수 있는 조합원이 줄어들고 노조의 단체행동권은 약화한다.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필수유지업무제도 10년,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내용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공공운수노조·희망연대노조가 공동 주최했다. 노동계는 "필수유지업무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설정돼 공공부문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무력화한다"며 "필수유지업무 범위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체인력까지 투입되면 파업효과 없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71조2항은 필수공익사업을 "그 업무의 정지 또는 폐지가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저해하고 그 업무 대체가 용이하지 아니한 사업"으로 정의했다. 대상 사업으로 '철도사업, 도시철도사업·항공운수사업' '수도·전기·가스·석유정제·석유공급사업' '통신사업'을 열거했다. 필수공익사업장에서 이뤄지는 업무 중 핵심 업무를 필수유지업무라고 한다. 필수유지업무제도는 쟁의권 행사로 과도한 공익 침해가 발생하지 않게 최소한의 업무인력을 남겨 놓고 파업을 하라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결과는 쟁의권 침해로 나타나고 있다.

정문성 서해선지부장은 "사측이 주장한 대로 60~70%의 (필수유지업무비율의) 인력이 들어오고 대체인력 50%를 투입하면 노동자 한 명이 연차를 쓰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노동자 쟁의권의 완전한 제약"이라고 비판했다. 서해선과 같은 영세한 철도 사업장은 전기직·신호직·통신직·토목직 등 직무별로 각 10명 내외의 노동자가 일한다. 노조법 43조에 따르면 필수공익사업장은 파업참가자수 50%에 해당하는 인원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할 수 있다.

이종삼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 한마음지부장은 "회사가 지난 5월에 지부에 해당 직군(케이블 망관리)의 83%를 포괄하는 필수유지업무비율표를 제시하며 필수유지업무협정을 요구해 왔다"며 "쟁의행위 무력화를 위한 또 하나의 법적인 노동조합 압박 전략을 꺼내 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부장은 "'필수공익사업장이라서 파업을 해도 효과가 없다'는 말을 사측 관리자가 퍼뜨리며 노조 힘을 빼고 있다"고 비판했다.

"필수공익사업 '사업' 아닌 '역무단위'로 정해야"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쟁의권이 금지되거나 상당한 제한에 이르지 않는 범위에서 최소한의 업무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며 "사업이 아닌 역무단위로 (필수공익사업을) 규정하고 법령은 최소한의 내용만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법 72조2항은 필수공익사업을 철도사업, 도시철도사업 및 항공운수사업 등 사업별로 규정하고, 노조법 시행령은 철도·도시철도 차량 운전·관제 업무처럼 해당 사업의 업무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신수정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은 "노사 자율적으로 (필수유지업무비율을) 정한 인천지하철은 60%, 노동위원회가 결정한 철도공사는 80%로 필수유지업무비율이 더 높다"며 "(해당 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결정해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신 전문위원은 이탈리아의 사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탈리아의 경우) 필수업무의 구체적인 내용 결정은 어디까지나 그 당사자인 노사에 맡겨져서 노사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며 "국가와 필수업무보장위원회는 노사를 지원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강승헌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 서기관은 "(필수유지업무) 대상 업무에 관해서는 정부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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