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부터 수강신청 시작인데 손도 못 대고 있어요. 2학기에 듣고 싶은 스페인어 전공과목이 있었는데…. 이전에 가르쳤던 강사분 이름이 사라졌더라고요. 혹시나 강사 배정이 안 돼 과목 자체가 없어질까 봐 걱정이에요."

한국외국어대에 다니는 김성수(22·가명)씨는 요새 2학기 수강신청을 앞두고 혼란을 겪고 있다. 다수 과목에서 강의계획서는 물론 담당강사를 확인할 수 없어서다. 1일 강사 처우개선과 교원지위 부여를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우려됐던 2학기 수강신청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31일 한국외국어대총학생회에 따르면 학교측은 지난 25일 학생회 중앙운영위회 면담에서 "수강신청일까지 959개 강좌의 강의계획서와 강사가 배정되지 못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른 대학 사정도 다르지 않다. 서울대도 일부 과목의 강의계획서가 수강신청 홈페이지에 게시되지 않았다. 서울대총학생회는 대학측과 만난 뒤 "강의계획서 미게재 사태가 강사법에 따라 강사를 신규로 공개채용하게 되면서 예년보다 채용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발생하게 된 측면이 있음을 파악했다"는 내용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시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여러 대학 총학생회가 '강사가 미지정됐다'거나 '강사 채용이 되지 않아 2학기 수업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내용을 알려 왔다고 전했다.

2학기 수강신청 대란이 비용 증가를 막으려는 대학의 꼼수 때문에 발생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강태경 공공운수노조 대학원생노조지부 수석부지부장은 "교육부는 대학에 강의를 줄이지 말라고 계속해서 신호를 보냈다"며 "대학이 교육부의 최종 매뉴얼을 보고 손익을 따지는 과정이 길어지다 보니 강사 채용이 늦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지난 6월4일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하고 대학 강사제도 운영매뉴얼을 확정했다. 대학 재정지원사업과 강사 고용안정 지표를 연계해 평가하겠다는 방침도 이때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 대학은 이후 한 달이 지나서야 강사 공개채용을 시작했고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네트워크 관계자는 "학생들은 온전한 강사법 실현과 학생 수업권 보장을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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