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도 슬픔도 아무것도 어쩌지 못하리니/ 보라 이루었노라/ 그 늠름하게 아름다운 세상/ 굳세고 미덥고 다정했던 그대 약속/ 꺼지지 않는 젊은 별빛으로 보시오.”(고 노회찬 의원 묘비문 ‘심장에 새겨 세우며’)

지난 20일 오전 마석 모란공원. 태풍 ‘다나스’가 북상 중이라더니 하늘엔 구름이 가득하고 비가 살짝 흩뿌린다. 고 노회찬 의원을 1년 만에 만나러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이 보내온 조화가 묘소를 둘러쌌다. 노회찬재단이 이날 고 노 의원 1주기 추모제·묘비 제막식을 열었다.

고 노회찬 의원 묘비 제막식 뒤 유족과 참가자들이 묘비를 살펴보고 있다. <연윤정 기자>
▲ 고 노회찬 의원 1주기 추모제 참가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연윤정 기자>

“심장에 새겨 세우며” 묘비 제막식

“장례식 뒤 1주기를 기해 묘비를 세우면 좋겠다고 이심전심 가족 친지와 논의했습니다. 지난 5월13일 유가족과 재단이 묘비를 세우기로 일정을 확정했습니다.”

고 노 의원 친구이자 전직 언론인인 김창희씨가 묘비 건립 경과를 보고했다. 노 의원의 부인인 김지선 여사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조돈문 노회찬재단 이사장의 참여 속에서 묘비 제막식이 이어졌다.

묘비 앞면에는 아무 수식어 없이 고인의 이름 석자만 새겨졌다. 묘비 뒷면에는 고인의 친우이자 시인인 장석 선생이 짓고, 저명한 캘리그래퍼인 강병인 선생이 붓을 든 묘비문 “심장에 새겨 세우며”가 새겨져 있다. 고인의 부인 김지선 여사가 묘비를 어루만지며 가만히 들여다본다. 곧이어 배일동 명창이 묘비문을 주제로 판소리 공연을 했다.
 

▲ 천영세·단병호 전 민주노동당 의원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고 노회찬 의원 묘소에 참배하고 있다. <연윤정 기자>
 

유족 “함께하는 동지들을 사랑했다”

재단과 유족대표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조돈문 이사장은 “소중한 노동에도 배제와 차별, 소외와 잊힌 이름들을 노회찬이 불러 준 그 꿈은 아직도 6411번 버스에 갇혀 있다”며 “여러분이 서 있는 곳에서 노회찬이 사랑한 사람들의 꿈을 잊지 말고 이뤄 달라”고 말했다. 김지선 여사는 “노회찬은 너무 고단하고 힘든 삶을 살았지만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마음과 신념은 너무 크고 유쾌하고 낙관적이었다”며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노회찬이 사는 동안 함께 가는 동지들을 너무너무 사랑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고인과 동지로서 정치인으로 길을 걸었던 이들이 추모사를 했다. 심상정 대표는 “정의당이 서 있는 곳은 바로 노회찬 대표가 서 있던 곳 6411번 버스”라며 “노 대표가 생을 다해 이루고자 했던 진보집권의 꿈을 향해 정의당이 당당히 나아가겠다”고 약속했다.
 

▲ 고 노회찬 의원 부인 김지선 여사가 유족을 대표해 인사하고 있다. <연윤정 기자>

“노회찬 꿈 함께 이뤄 낼 것” 추모사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는 “진보정당 앞길에는 고통받는 사람들의 날을 희망찬 날로 만들기 위해, 차별 없는 평등세상을 만들기 위해, 진정한 평화를 만들기 위해 힘든 날이 놓여 있다”며 “노회찬의 꿈을 외치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그날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아주 오래전 KBS 철야농성장에서 노회찬 의원의 꿈을 들었고 그 꿈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란 걸 알았다”며 “우리가 비록 서 있는 곳은 달라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은 같다”고 밝혔다.

추모제는 정마리씨의 정가(正歌)와 베이시스트 신지용씨의 추모연주에 이어 참가자들이 민중가요 <그날이 오면>을 합창한 뒤 참배와 헌화로 막을 내렸다. 이날 오후에는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노 의원 1주기 추모문화공연이 이어졌다. 재단은 28일까지 전태일기념관에서 추모미술전시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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