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노동의 모습은 '안전'부터 '여가'까지 제각각이다. 올해 9월 성남시청소년재단이 실시한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에서 청소년들이 기대하는 노동의 모습을 게시판에 써붙였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 15일 노동의 의미와 올바른 직업관 등을 담은 ‘청소년 노동인권 민주시민교육 추진계획’을 마련했다. <경기도>

경기도가 ‘청소년 노동인권 민주시민교육 추진계획’을 추진하면서 기존에 하던 특성화고 재학생 노동인권교육 예산을 전액 삭감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특성화고 재학생들이 학교에서 연간 2시간씩 근로계약서 작성방법부터 부당한 대우 대응법까지 배우는 노동인권교육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18일 경기도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에 따르면 경기도가 편성한 내년 예산안에서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관련 예산 전액이 사라졌다.

경기도는 남경필 전 도지사 시절인 2014년부터 경기도교육청 소관으로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특성화고 재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매년 2시간씩 노동인권교육을 한다. 관련 예산은 4억원가량이다. 이를 통해 경기도교육청은 2016년 전국 최초로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표준교안'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경기도교육청은 내년부터 일반고 3학년까지 노동인권교육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관련 예산 20억원을 경기도에 요청했다.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대신 민주시민교육?

경기도는 그러나 교육청 예산확대 요청을 받아들이기는커녕 내년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대신 '청소년 민주시민교육 추진계획(안)' 예산을 신규로 편성했다. 경기도는 신규사업인 청소년 노동인권 민주시민교육 사업에 10억원을 배정했다. '알바의 정석'이라는 이름의 노동인권 박람회 개최에 3억8천600만원을 쓴다. 교재 보급에 1억800만원, 노동인권교육 강사비 지원과 강사 양성에 5억여원을 지원한다.

경기도는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를 주제로 한 새로운 교재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청소년 민주시민교육(노동인권)’이라는 제목으로 △노동법 가치와 기본정신 △근로계약서 작성 △부당한 대우 대처하기 △아르바이트를 위해 필요한 절차 등을 담을 예정이다.

청소년 노동인권 민주시민교육은 이재명 도지사 공약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중학교 때부터 노동법을 필수과목으로 배우는 독일이나 3년에 걸쳐 체계적인 노동교육을 하는 프랑스를 보며 우리나라는 왜 저렇게 못할까 안타까웠다”며 “노동인권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노동의 의미와 올바른 직업관을 담은 ‘청소년 노동인권’ 교재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 낭비·탁상행정” 비판 목소리 높아

문제는 지난 4년간 잘 이뤄졌던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사업이 특별한 이유 없이 중단된다는 점이다. 경기도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하던 노동인권교육을 중단시키고 대신 민주시민교육센터 예산으로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을 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서울시나 강원도가 교재로 사용하고 싶다고 밝힐 정도로 우수한 교재를 두고 새로운 교재를 만들겠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기존 교재는 강사용이고 새롭게 개발 중인 교재는 아르바이트 청소년들이 모바일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종의 포켓용 지침서”라며 “특성화고 재학생을 포함해 중학생과 대학생까지 노동인권교육 폭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기도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학교 안에서 의무적으로 이뤄지던 노동인권교육을 경기도가 전면 중단시켜 놓고 사업 경험이나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엉뚱한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의회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혜원 정의당 경기도의원은 "경기도육청이 맡아서 전국에서 모범적인 사례로 꼽힐 정도로 잘 진행된 사업이 이재명 도지사의 공약이라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경기도 소관사업이 됐다"며 "그동안 성과를 무시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경기도 감사관실에 감사를 요청한 상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