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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경기침체 원인과 해법에 대한 논란 ①
▲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경기침체 원인과 해법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격화하고 있다. 보수언론과 야당은 정부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며 집권세력을 몰아붙이고 있고, 청와대와 여당은 경기침체가 정치적으로 과장됐다며 정책이 현실에서 효과를 발휘할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경기침체 현황·원인·해법을 둘러싼 쟁점을 짧게 살펴본다.

먼저 경기지표가 침체를 가리키고 있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올해 2분기 들어 국내총소득 증가율이 크게 둔화됐고 경기선행지수나 소비자동향지수도 올해 들어 일제히 하락 중이다. 특히 정부가 집권 초부터 강조한 일자리 확대는 ‘고용쇼크’라는 말이 정부와 여당에서도 나올 정도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올해 경기 하락은 실제 지표상의 하락보다 체감도가 크다는 점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2015년 이후 계속된 경기 악화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선되다가 올해 상반기 다시 악화로 반전되다 보니 체감도가 실제보다 높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에 국민적 기대 속에 새 정부가 출범한 점도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무더위가 계속될 때는 조금만 온도가 낮아지면 선선함을 느낀다. 하지만 곧 무더위가 다시 시작되면 이전보다 더 덥게 느껴진다. 경기도 마찬가지다.

보수언론이 경기침체의 원인으로 주로 지적하는 것은 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올라 중소·영세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주류경제학에 따르면 시장이 균형을 이루려면 임금은 노동생산성에 비례해 상승해야 한다. 노동생산성 상승보다 임금인상이 더 높으면 이윤이 감소한 기업들은 고용을 줄인다. 경기전망이 좋을 경우 미래 생산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용을 줄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고용을 조정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즉 경기전망이 나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사업주가 미래에 대비해 더 빨리 고용을 감소시키게 만든다. 정부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경기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자영업 사업주들에게 고용조정의 방아쇠를 당기라는 신호가 됐다.

케인스주의에 친화적인 세력들은 소극적 재정정책을 경기침체 원인으로 지적한다. 정부가 적극적인 적자재정으로 경기를 부양했으면 최저임금 인상에 기업들이 고용조정으로 대응하지 않았을 것이고, 더 나아가 정부가 좋은 일자리를 공급해 저임금 한계사업체들의 고용감소도 흡수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이전 정부들보다 더 균형재정에 집착했다. 세수 증가에 비해 재정지출은 그야말로 찔끔찔끔 늘렸다. 부정적인 경기 심리를 변화시키려면 정부 재정정책은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과단성을 보여야 한다. 케인스주의 경제학자 일부는 일본의 장기침체 원인 중 하나로 과감하지 못한 재정정책을 지적하기도 한다. 시장 심리를 돌리기 위해선 가늘고 긴 재정적자보다는 굵고 짧은 재정적자가 필요했다는 주장이다. 일본식 장기침체가 우려되는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신고전파 경제성장 이론으로 무장한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경기침체가 한국의 ‘중진국함정’이 본격화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신고전파 경제성장론에 따르면 경제성장은 기술혁신, 자본축적, 인구 증가를 변수로 결정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선진국 추격을 통한 빠른 기술혁신, 수출재벌의 과감한 자본투자, 지속적인 인구증가로 고도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부터 기술추격은 한계에 부딪혔고, 수출재벌의 자본투자도 둔화되었으며, 심지어 인구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르게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 2010년대 들어 이런 경향은 더욱 빠르게 진행 중이다. 대대적인 혁신이 없다면 우리나라는 고소득 국가 진입에 실패하고, 이 정도 수준에서 저성장을 계속할 것이다. 신성장산업 육성을 통해 기술혁신 속도를 다시 높이고, 규제개혁을 통해 대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출산율 제고 정책으로 인구를 다시 증가시켜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수요 중심 정책은 애초 방향이 잘못됐다.

물론 각각의 주장들은 한계가 있다. 먼저, 최저임금 책임론은 주장 자체가 무책임하다. 저임금 노동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답이 아니라면 최저임금 인상 탓에 일자리가 줄었다는 주장은 하나 마나 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저임금 경제를 개혁할 것이냐다. 기업의 생산성을 올려서? 그건 또 어떻게? 규제개혁으로? 그러면 지금까지 기업 프렌들리한 보수정당 9년 동안은 규제개혁이 안 돼서 저임금 경제가 계속되었을까? 다음으로 적극적 적자재정론은 한국적 현실을 지나치게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다. 적자재정이 어느 정도 허용되는 나라들은 선진국에서도 강한 화폐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이다. 달러·엔화·유로화·파운드같이 세계적인 신용도를 가지고 있는 화폐 체제에서는 국가부채 증가에도 화폐 신뢰도가 어느 정도 유지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조그만 변동에도 화폐에 대한 신뢰가 출렁이는 나라에서는 국가부채 증가에 제약이 매우 크다. 마지막으로 신고전파 성장론은 진단 측면에서 수긍이 가는 점이 많지만 결국 또 해법에서는 재벌 주도 투자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재벌들이 규제 탓에 제대로 투자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규제 탓에 정말로 중요한 기술혁신에 실패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현재 경기침체에 대해서는 노동운동도 이제 자기 분석과 입장이 필요할 것이다. 어쨌거나 경기침체가 길게 이어진다면, 노동운동이 요구한다고 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들 것이니 말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jwhan77@gmail.com)

한지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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