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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 사각지대 많은 한국, 연장·야간근로 제한 촘촘한 유럽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외국 노동시간 관련 기준 비교 … "노동자 건강권에 초점 맞춰야"
▲ 배혜정 기자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두고 국회 논의가 뜨겁다. 하지만 휴일·연장근로수당 중복할증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노동자 건강권이 도외시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근로기준법상 무기한 연장근로를 가능하게 하는 노동시간 특례·제외업종이 광범위해 '과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연장·야간근무를 촘촘하게 제한해 노동자 건강권을 보호하는 유럽 국가들의 노동시간 관련 법처럼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주최로 지난 3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15층 교육원에서 열린 '2018 현장연구나눔마당'에서 우리나라 노동시간 관련 기준 실태를 외국 기준과 비교연구한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소는 매년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한 연구를 알리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데, 올해는 '한국의 노동시간 관련 기준, 어디쯤 와 있나'를 주제로 택했다.

◇"유럽, 연장근로 포함해도 주 48시간"=이날 연구결과를 발표한 권종호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에 따르면 노동시간과 특례·야간노동에 대한 우리나라와 유럽의 기준은 상당한 격차가 있었다.

근기법상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주 40시간에 12시간의 연장근로를 더해 주당 최대 52시간을 일할 수 있다. 여기에 '1주는 5일'이라는 노동부 행정해석이 적용되면서 휴일근무(8시간+8시간)를 더해 주당 최대 68시간 원칙이 현장에 적용돼 왔다. 1일 최소휴식시간에 대한 규제는 없다.

근로시간 특례업종은 '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는 조항만 있을 뿐, 주당 최대 몇 시간까지만 활용하라는 규제가 없다. 사실상 특례업종 노동자들은 하루 종일 무제한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무제한 노동이 가능한 특례업종은 매우 광범위하다. 게다가 근기법 63조(적용의 제외) 감시·단속적 업무로 승인되면 근기법상 근로시간 제한과 휴게·휴일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유럽은 어떨까. 유럽연합(EU) 노동시간 지침을 보면 1주 노동시간은 연장근로까지 포함해 48시간을 초과하면 안된다. 예외적으로 주 48시간을 초과하면 4개월 안에 초과근무시간을 보상하고, 1일 최소 11시간의 휴식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EU 노동시간 지침은 여러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다. 영국은 17주의 정산기간(평가기간)을 평균해 1주 48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없다. 핀란드 법정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이다. 4개월 기준 138시간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연간 연장근로 허용한도는 250시간이며, 지역 단위 노사협정으로 80시간의 연장근로를 추가로 사용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4개월 기준 13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독일은 일요일과 법정휴일 노동을 엄격하게 금지한다. 예외적으로 일요일·휴일노동을 하거나 연장·야간근로를 할 경우 임금보상 대신 대체휴일을 부여한다.

각 나라마다 법을 유동적으로 적용하는 경우도 한정돼 있다. 권종호 전문의는 "유럽 국가들은 법정근로시간을 넘겨 근무할 수 있는 업종에 대한 규정과 제약사항을 매우 자세하게 적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처럼 아예 법 적용을 제외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독일은 고위관리직 사원 및 병원 고위직 의사, 공공관청장 및 대리, 인사권을 가진 공공서비스분야 노동자, 위탁된 자와 동거하며 자기책임으로 교육·요양 및 간호노동자, 종교단체로만 법률적용 예외를 뒀다. 영국은 의사결정에 통제권을 갖고 있는 자, 안전유지 및 감시 업무, 가사노동자, 24시간 근무가 필요한 업무, 선원·선상근로자로 적용제외 업종을 한정했다.

◇야간수당 규정만 있는 근기법, 유럽은 야간노동 제한에 초점=야간노동 관련 기준은 보다 확연한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근기법에는 야간노동에 관해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56조)하고 △임금 대신 휴가를 줄 수 있다(57조)는 내용만 명시돼 있다.

반면 핀란드와 영국은 법에 명시된 한정된 업무에 대해서만 야간노동을 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특히 핀란드의 경우 2개조로 나뉘는 업무는 23시에서 새벽 1시까지만 일할 수 있도록 규정했고, 영국은 야간에 8시간 이상 근무하지 못하도록 못 박았다. 야간근무 후에는 주당 평균 90시간 이상 쉬도록 하는 후방규제 조항을 넣었다.

권종호 전문의는 "근기법에는 최소한의 후방규제도 없고, 수당에 대한 내용만 들어가 있을 뿐 언제까지 일해야 한다는 규제가 하나도 없다"며 "심지어 특례·제외·야간 노동이 불가피한 노동에 대해 얼마만큼의 특수한 경우여야 한다는 제한된 정의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근기법 개정안에 후방규제 조항을 넣고, 수당과 관계없이 연장근로·휴일근로를 포함하는 주당 평균 기준시간과 평가기간을 정하고, 특례 제외업종이나 야간노동이 불가피한 경우 제한규정을 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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