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AI와 IoT, 신정보기술, Future of Work, 생산력 4.0, 고용과 노동에 미치는 영향, 노동조합의 역할. 이러한 주제어를 중심으로 11월2일부터 6일까지 중국 샤먼에서 21회 SAF(Social Asia Forum)가 열렸다. SAF는 한국·중국·일본·대만 4개국 노사관계 전문가들이 동아시아 내 시의성 있는 노동 관련 주제를 중심으로 매년 각국을 순회하면서 포럼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단장으로 15명의 노사관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산업 4.0’의 실체가 있는가. 우리나라만 홀로 앞서가는 것은 아닌지. 그렇지 않았다. 혹시나 했던 중국은 그야말로 기대 이상이었다. 기조강연으로 나선 알리바바 책임자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고속철과 더불어 새로운 4대 발명품이라 자랑하며 ‘인터넷+’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발전모델과 성과를 보여주는 데 아낌이 없었다. 우버택시와 택배배달서비스는 물론 다양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노동을 크게 자랑했다.

새로운 정보기술이 현재 일자리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인가. 각국 입장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현 산업 일자리는 급격히 개편될 것이고 고전적 의미의 공장을 중심으로 하는 일자리는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회계사나 소방관, 심지어 변호사까지.

그렇다고 해서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명제가 당연히 정(正)인 것은 아니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 회장)는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 논증을 해 보였다. 1890년대 이후 미국 실업률과 각 산업혁명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산업혁명과 실업률은 크게 관계가 없었다. 경기순환에 따른 실업률 등락이 있을 뿐이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면 고민의 지점은 어디일까. 일자리 총량 내지 비율은 일정하게 증가하거나 최소한 감소하지 않는다면, 공장에서 나와 새로운 일자리와 일자리를 구하는 노동자 사이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의 문제가 남게 된다.

이렇게 보니 산업 4.0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다. 산업환경은 완급 차이는 있었지만 늘 있어 왔고 각 사회마다 대응해 왔다. 다만 그 방법이 적절했는가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10년 전에도 똑같은 논의, ICT 등장에 노동환경 변화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이 있었다. 조금 늦을 수는 있지만 노동조합은 그에 맞게 대응했다”라고 김종각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본부장은 토론했다.

노동조합 차원에서 바로 지금 해야 하는 대응에 대한 각국 의견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노동자 교육 지원과 스스로 참여하는 게 최우선으로 느껴졌다. 린찬잉(중국문화대학)은 인력구조가 점점 숙련·미숙련 양측으로 나뉘는 이른바 ‘M자형’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좌’에서 경쟁력과 숙련도를 함께 겸비한 ‘우’측으로의 이동을 지원할 것을 주문했다. 노동조합이 다하기 어려운 부분은 정부가 나서야 한다. 김동원 교수도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첫 번째 노동정책으로 평생교육지원을 꼽았다.

포럼 내내 가장 활발한 토론주제는 역시 새로운 노동자의 등장과 이들에 대한 보호방법이었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생활하는 노동자가 그 대상이다. 준노동자와 유사노동자 등 다양한 표현이 등장했다. 나라마다 발표자마다 다양한 보호방안을 내놓았다.

종국에는 제도화돼야 한다. 전통적인 의미의 노동자는 아니므로 그에 맞는 특화된 개별보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그 하나다. 이들은 단결권을 핵으로 하는 노동기본권 보호가 아니라 사회안전망과 사회보장 확충에 중점을 뒀다. 이에 비해 공장이 사라진 상황이므로 ‘노동자’ 정의를 사업장 내 고용종속성으로 가둬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오히려 공감이 갔다. 새로운 환경에서는 “전체 시장경제질서 내 경제적 종속성 유무가 노동자성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포럼 참가는 우리의 처지를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됐다. 참고로 중국 공회법(노동조합법) 소개 부분은 필자의 동공을 확대시켰다. "임금 수입을 주요 생활원천으로 삼는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조합 가입 권리가 있다"며 고용종속성을 전제로 하지 않았다. 이른바 특수고용 노동자 문제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가, 과연 플랫폼 노동자는 언제 무슨 수로 보호할 수 있을지. 돌아오는 내내 머리가 무거웠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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