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노동자 대투쟁 30주년과 촛불항쟁 1주년을 맞은 2017년 노동운동은 어디로 가야 할까. 노동운동이 30년의 성과와 한계를 넘어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랐다. 공통과제로 노동운동 내부혁신과 사회연대 실현을 지목했다.

한국산업노동학회는 지난 27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진리관에서 ‘노동자 대투쟁 30주년 성찰과 전망’을 주제로 가을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한국노총 “한국 사회 대전환 사회적 대화 뚜껑 열 때”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이날 주제발표에서 "1987년 투쟁 이후 민주주의 쟁취를 비롯해 노조운동 대중화, 노사관계 민주화, 임금·노동조건 개선 등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노동시장 불평등과 장시간 노동 심화, 고용불안정 증가도 동시에 진행됐다"며 "앞으로 노동운동 30년은 사회 양극화와 비정규직, 고용문제, 사회공공성 문제에서 사회운동으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조직확대·강화를 전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7년은 87년 이후 가장 역동적인 해”라며 “한국노총은 한국 사회 대전환과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한 사회적 대화 프로세스 3단계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1단계로 올해 안에 대통령이 참여하는 8자 회의를 열어 사회적 대화 새 집을 짓고, 2단계로 내년 5월 노동절에 노동존중 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3단계로 2019년 4월 한국 사회 대전환을 위한 노사정 공동선언을 발표하자는 내용이다.

정 본부장은 “올해 안에 대통령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뚜껑을 열어야 한다”며 “온전한 사회적 대화를 위해 민주노총 참여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민주노총 자리를 남겨 둔 채) 일단은 개문발차 형식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민주노조운동 내부혁신으로 새로운 주체 형성”

다음 주제발표에 나선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촛불항쟁은 과거 4월 혁명이나 6월 항쟁의 통일운동·노동운동 같은 폭발적인 대중운동이 뒤따르지 않았다”며 “박근혜 퇴진과 문재인 당선을 뛰어넘어 신자유주의 극복을 향한 새로운 노동체제·헌정체제로 전환해 나가는 과정에서 정부 의지가 아닌 민중운동·노동운동 대응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노동운동 과제가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민주노조운동 정신을 계승하고 시대를 반영하는 대안노조운동으로의 내부혁신이 요구된다”며 “아래로 향하고, 지역에 기반을 두며, 작업장과 삶의 터전으로 확장하는 사회연대전략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핵심은 대중적 주체를 형성·확대하는 것”이라며 “나의 권리와 노동조건 개선을 넘어 노조할 권리, 20% 조직률, 200만 조합원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민주노조운동 앞에는 노동운동의 대대적 혁신과 대규모 조직화를 통한 신자유주의 노동체제를 극복하는 길과 지지부진한 현상유지 길이 있다”며 “어느 길로 갈지는 현 주체의 혁신과 재구성, 새로운 주체형성이 이뤄질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 노조운동·고질적 정파구도 극복하고 새로운 길 열자”

토론자들은 노동운동의 자성과 성찰을 요구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은 87년 체제와 근본적으로 다른 환경에 놓여 있다”며 “저성장 시대에는 교섭할 게 없기 때문에 단체교섭 형해화와 양극화 심화가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노동운동 주요 동력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비정규직에게서 나올 것”이라며 “노동시장 재분배와 공정성을 위한 연대를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촛불로 만들어진 새로운 권력이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는 이것이 정권의 선물처럼 주어지고 있는데, 지속가능하게 하게 만들기 위해 노동운동이 얼마나 준비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김태현 연구위원이 말한 새로운 주체형성이 내려면 내부성찰과 반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대기업 중심 노조운동·고질적 정파구도를 정리하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미조직·비정규 노동자 조직화 현황과 과제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의 결합-최저임금과 생활임금운동 △미래 노동체제를 위한 노동정치의 기획 △전환기의 노사관계-실제와 개편방안 등 다양한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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