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영 기자

종합엔지니어링업체인 한국종합기술이 상장사 최초로 종업원지주회사로 탈바꿈했다. 우리사주조합은 지난달 29일 대주주인 한진중공업홀딩스에서 자사 주식 674만4천605만주를 사들이고 계약금 60억원을 지불했다. 잔금 540억원은 12월27일 낸다.

올해 4월 우리사주조합 출범 후 9월 계약 때까지 6개월은 말 그대로 숨 가빴다. 내부 잡음도 있었다. 촉박했던 시간만큼 종업원지주회사의 운영방향이나 비전도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나 단 하나 “좋은 회사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노동자들은 달렸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동구 한국종합기술에서 만난 김영수(41·사진) 한국종합기술노조 위원장은 “엔지니어링업체가 매각된 뒤 어떻게 무너지는지 봐 왔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회사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만큼 종업원지주회사로 제대로 안착해 좋은 본보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사주조합 조합장을 겸임하고 있다.

- 9월29일 본계약을 체결하고 종업원지주회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8월 우리사주조합이 한국종합기술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때 불안감도 있었지만 이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계약을 체결한 만큼 종업원지주회사로 안착하길 바란다. 차분하게 회사 토대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우리 스스로 우리를 지켜야 한다”

- 종업원지주회사는 쉽지 않은 선택인데.

“투기자본에 의해 망가진 회사들을 많이 봤다. 투자금 회수를 위한 구조조정과 아웃소싱은 예상된 미래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수합병(M&A)에 대비해 내부 교육도 하고 회사 상황과 미래를 논의했다. 올해 3월 회사가 매각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직원들이 직접 회사를 인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부터 종업원지주회사만 생각한 것은 아니다. 내실 있고 건실한 회사가 투자할 수도 있지 않은가. 상황을 지켜보다 6월 예비입찰 마감 직전에 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이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예비입찰 참여 뜻을 밝혔다. 당시 우리사주조합 투자확약서에 서명한 직원이 921명이었다.”

- 3자 매각과 관련해 어떤 점이 우려됐나.

“서영엔지니어링은 M&A 이후 임금체불과 경영권 분쟁으로 고소·고발을 당했다. 횡령·배임 수사를 받고 있다. ㈜삼안은 2011년 경영난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뒤 직원들이 임금을 반납하는 등 회생에 나섰지만 매각 이후 돌아온 것은 노조탄압이었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 위해 단체협약을 해지하고 조합원들에게 노조 탈퇴를 강요했다. 불응할 경우 권고사직을 했다. 건일엔지니어링은 매각 후 정규직을 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올해 1월 설립된 노조와의 교섭을 해태하고 있다. M&A 이후 노동조건이 열악해지고 노조탄압은 강화됐다. 우리 스스로 우리를 지켜야 한다.”

- 처음에 921명의 임직원이 투자의사를 밝혔다. 본계약을 체결한 지금은 어떤가.

“계약직과 상용직을 포함해 전체 직원이 1천150명이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참여율이 늘 줄 알았는데 반대다. 최근 투자 확인 및 동의서를 받았는데 투자 참여자가 830명으로 집계됐다. 본계약을 체결했으니 이제 뒤로 돌아갈 수 없다. 12월 말 잔금 낼 때까지 최대한 많은 분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계약금은 60억원은 어떻게 냈나.

“투자 입장을 밝힌 임직원 중 120명이 먼저 5천만원씩 돈을 냈다.”

“함께 살기 위해 함께 해답 찾겠다”

- 우리사주조합 설립부터 계약 때까지 6개월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은.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된 이후가 힘들었다. 투자 참여자가 늘어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코앞으로 다가온 종업원지주회사에 대한 운영방안이나 비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인수자문사나 법률자문사를 갖춰 놓고 인수전에 뛰어들었어야 했는데 그럴 돈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일단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는 게 중요했다. 그런데 우선협상대상자가 되고 나니 일부에서는 불확실한 미래를 담보로 돈을 투자하는 것을 꺼렸다. 그때 힘들었다. 투자 참여도가 떨어지면서 우선협상 자격을 반납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도 했다. 종업원지주회사라는 것이 누군가 대신 회사 미래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경영진이나 특정 개인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직원들 스스로 해답과 미래를 찾아야 한다.”

- 내부 이견은 자연스럽지 않나.

“회사에 다양한 고용형태와 직군·직책이 있는 만큼 요구사항도 다르다. 종업원지주회사가 되길 바라며 참여한 사람도 있고 매각 과정에서 최선의 방어전략 중 하나로 판단해 참여한 사람도 있다.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종업원지주회사라는 길에 대한 우려와 각자 요구사항이 부딪쳐 의견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충분한 논의를 통해 풀어 가야 할 과제다.”

- 전문경영인 영입을 포함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다음주에 자문사를 선정해 규칙·정관·인사제도 등 종업원지주회사에 걸맞은 경영 틀을 만드는 TF팀을 꾸릴 예정이다. 전문경영인을 영입할 수도 있고 내부에서 선발할 수도 있다. 정해진 바는 없다. 직원들이 함께 논의하고 결정할 사항이다.”

- 종업원지주회사의 장점이나 강점을 뽑는다면.

“많은 경영진이 경영악화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린다. 자기 주머니는 따로 찬 채 노동자에게만 임금삭감과 인력 구조조정을 한다. 노사 불협화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종업원지주회사는 모든 사람이 노동자이면서 회사 실적이 자신의 소득으로 연결되는 주주다. 실질적인 투명경영도 가능해진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내 주머니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같이 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맬 수 있다. 우리가 종업원지주회사로 정착한다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종업원지주회사로 안착할 수 있도록 임직원들이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

상자인터뷰-종업원지주회사 주춧돌 올린 배종문씨
"과연 될까 의문에서 가능하다 확신으로"

한국종합기술 노동자들은 스스로 회사 주인이 되기 위해 5천만원을 기꺼이 내놓았다. 우리사주조합은 지난달 29일 본계약 체결 당시 계약금 60억원을 냈다. 노동자 120명이 5천만원씩 주머니를 털었다. 공사관리부 배종문(43)씨도 그중 한 명이다.

한국종합기술 입사 10년차인 배씨는 올해 3월 회사 매각 소식을 듣고 “회사가 어떻게 될지 불안했다”며 “고용불안을 가장 크게 느꼈다”고 말했다.

회사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선뜻 주머니를 턴 이유는 뭘까. 그는 종업원지주회사로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고 했다. 배씨는 “처음 종업원지주회사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과연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며 “조합을 중심으로 일이 추진되는 과정을 보며 직원들 사이에서 ‘가능하다’는 확신이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배씨는 계약금을 출연한 뒤 “회사에 대한 애착도 커지고 내 돈이 투자됐다는 생각에 주인의식이 생겼다”며 “상장사 중에서는 종업원지주회사가 처음이다 보니 인수 과정에서 우려도 있었지만 지금은 회사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은영 기자  ley141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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