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장외지사 문화공감센터에 파견돼 운영매니저로 2년 가까이 일한 A씨는 이달 19일 일터에서 쫓겨난다. A씨의 업무는 상시·지속업무로 정규직 전환 대상이지만 조만간 계약기간이 만료된다. 마사회측은 2년이 된 비정규직은 계약을 해지한다는 방침이다. 마사회는 파견·용역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협의기구도 구성하지 않았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들이 해고를 당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규직화 논의 과정에서 기존 비정규 노동자를 보호하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잇따르는 실정이다.

해고 후 내년 정규직 모집할 때 가산점 줄 수도?

15일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마사회 문화공감센터 운영매니저들이 해고될 상황에 처했다. 마사회는 경마를 하지 않는 월~목요일 장외지사에서 문화공감센터를 운영한다. 요가·노래교실·헬스·탁구·꽃꽂이 같은 강좌를 전국 30개 지사에서 운영한다. 마사회는 2015년 문화공감센터 사업을 확대하면서 파견업체에서 30명을 파견받아 센터를 운영했다. 파견업체와 마사회의 계약기간은 2015년 11월2일부터 2016년 11월1일, 2016년 11월2일부터 올해 10월19일까지다. 계약 종료일이 다가오자 마사회와 업체는 6개월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동시에 계약기간 2년이 도래하는 운영매니저 7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마사회측은 “2년 기간이 도래하는 운영매니저는 안타깝지만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 달라”며 “관련부서 협의 결과 현재 여건상 이렇게 정리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통보했다.

A씨는 “회사에서는 내년 6월쯤 센터 운영매니저를 정규직으로 채용할 때 가산점을 줄 수도 있으니 기다려 보라고 말한다”며 “생계는 어떻게 하라는 건지 말도 안 되는 제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 같은 상황에 놓인 공공기관 비정규직이 많을 것”이라며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 시기까지 고용을 연장해 줄 권한이 있음에도 전혀 책임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마사회에 해고통보 철회와 고용유지 방안 마련, 정규직 전환 논의를 요구했다. 노조는 “마사회는 정규직화 지원 전략기관으로 지정돼 컨설팅팀도 배정돼 있는 기관”이라며 “모범적인 정규직 전환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정규직 생존권 보장해 달라”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인 인천항보안공사에서도 지난달 말 기간제 특수경비원 10여명이 계약해지됐다. 인천항보안공사는 인천항만공사 자회사다. 고용노동부·해양수산부·인천항만공사·인천항보안공사가 인천외항 경비업무의 상시·지속성 판단을 미루는 사이 기간제 특수경비원들이 대책 없이 거리로 나앉게 된 것이다.

인천항보안공사노조(위원장 서창일)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시대 선언이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삶의 터전에서 내쫓는 명분이 되고 있다”며 “기존 2년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고용했던 관행을 깨고 일터에서 내쫓고 있다”고 반발했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2년 계약이 만료되는 기간제 경비원만 수십여명이다. 노조는 “모회사인 인천항만공사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인건비가 상승된다는 이유로 외항경비 사업 폐지를 주도하고 있다”며 “기간제 특수경비원들이 계약만료 순서를 기다리며 하루하루 고용불안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서창일 위원장은 “과거 항만보안업무 일원화를 요구하며 민간부두 경비업무까지 하도록 해 놓고 정규직화 논의가 시작되자 비용을 운운하며 철수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공공기관이 기간제 비정규직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해수부에 상시·지속업무 여부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공사 경영진에 비정규직 생존권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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