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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노동시간 특례는 왜 적폐인가 ②] 장시간 노동, 육체와 정신건강 모두를 해친다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 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26개에서 10개로 줄인다. 노선여객자동차운송사업은 특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환노위는 28~29일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에서 관련 안건을 다룬다. 노동자 희비는 엇갈린다. 아예 특례제도를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노동시간 특례제도 문제점과 폐해를 지적하는 글을 보내왔다. 네 번에 나눠 싣는다.<편집자>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는 새롭거나 낯선 문제가 아니다. 과로사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훨씬 이전부터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렸다. 불과 47년 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가 바꾸고자 했던 현실은 하루 14시간씩, 주말 없이 매일 일하며 주 90시간 넘게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이었다. 두 단어가 논란이 되는 현실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오늘날 한국은 어떨까. 한국의 평균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천69시간으로 OECD 회원 35개국 평균(1천764시간)보다 305시간 많다.

주변에는 어렵지 않게 장시간 일하는 노동자들을 찾아볼 수 있다. 혹은 본인이 그 당사자일 수 있다. 하루 15시간 넘게 졸음과 싸워야 하는 버스운전사, 교대자 없이 하루 종일 연속 근무하는 택시기사, 월화수목금금금 일하는 게임개발자, 하루 19시간씩 일하는 방송제작자, 연간 3천시간 넘게 근무하는 집배원이 바로 그들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들은 살인적인 노동을 감내해야 하는 것일까. 바로 근로기준법 59조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 조항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본래 이 제도는 공익의 필요성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는데, 실제 적용되는 업종과 관행을 살펴보면 법의 취지가 무색할 뿐이다. 적용 업종은 운수업, 물품 판매 및 보관업, 금융보험업, 영화제작 및 흥행업 등 26개 업종이다.

문제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노동자들이 본인 건강은 물론이고 심지어 삶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 건강에 치명적이다. 하루 13시간 이상 근무자는 뇌출혈 위험이 두 배 가까이 높다. 과로로 인해 죽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행히 죽지 않는다 하더라도 소화기계 증상부터 수면장애, 암에 이르기까지 건강상 여러 문제에 부닥친다. 그중 수면시간 감소와 수면 질 하락으로 발생하는 수면장애는 만성피로를 발생시켜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업무 중 졸음을 유발해 큰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교대노동자가 많기 때문에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욱 심각하다.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근무는 인간이 잠을 자고 피로를 풀어야 하는 시간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하게 한다. 필연적으로 몸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야근을 살충제 성분인 DDT와 나란히 '2군 발암물질'에 올렸다. 밤에 일하는 것은 노동자 몸에 암세포를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신건강에도 해롭다. 저녁시간이나 주말에 제대로 쉬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오로지 회사와 집을 오가며 출퇴근만 반복하고, 겨우 쉬는 날이 생겨도 피로를 풀기 위해 잠자기 바쁘다. 일상을 제약당하고, 생각할 시간조차 갖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무기력하고, 우울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교대근무자들은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쉬는 날에 일을 하기 때문에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 어렵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장시간 노동에 매여, 그 사회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배제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4시간 이하로 잘 때 자살 생각을 할 확률이 2.5배, 우울증 위험도는 4배 높은 것으로 나왔다. 결국 질병에 의한 과로사뿐만 아니라 자살까지 증가하게 된다.

열거한 특례 업종에서 과로로 사망하거나 자살한 노동자들이 이미 상당수 존재한다. 집배원 노동자들은 최근 5년간 70여명이 숨졌다. 올해만 과로사로 5명, 자살 5명, 사고사로 2명 등 12명의 동료를 잃었다. 한 게임업체에서도 2명이 죽었는데, 1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밖에도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죽음과 아픔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몇몇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 노동자 절반 가까이가 특례 적용 대상이다.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26개에서 10개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특례를 유지하기로 한 택시·화물·영화·보건의료·사회복지·농업·경비 업종에서 장시간 노동을 당연시해선 안 된다. 여러 측면에서 살펴봐도 긴 시간 일하는 것은 노동자에게 좋지 않다. 노동자의 몸과 삶에 좋은 장시간 노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노동이라면 노동자들이 더욱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출발이 근로기준법 59조 폐지다.

이나래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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