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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노동시간 특례는 왜 적폐인가 ③] 안전한 삶을 위해, 과로 없는 노동을 소망한다김혜진 안전사회시민네트워크(준) 집행위원(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 김혜진 안전넷(준) 집행위원(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26개에서 10개로 줄인다. 노선여객자동차운송사업은 특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환노위는 28~29일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에서 관련 안건을 다룬다. 노동자 희비는 엇갈린다. 아예 특례제도를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노동시간 특례제도 문제점과 폐해를 지적하는 글을 보내왔다. 네 번에 나눠 싣는다.<편집자>


버스 앞좌석에 앉을 때 후사경에 비친 기사의 눈이 조금씩 감긴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괜히 마음이 불안해진 나는 기사님을 깨워 보려고, 운전석으로 가서 "영등포역으로 가려면 얼마나 더 가야 하나요?" 묻기도 한다.

병원에서는 교대시간이 되면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컴퓨터 앞에서 환자 상태를 설명하는 간호사들의 목소리가 낮게 퍼진다. 그런데 인수인계를 끝내 놓고도 바로 퇴근하지 않고 다른 간호사가 준비하는 동안 환자 상태를 살피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도 짬짬이 목을 주무르며 피로를 풀고 있다. 그러면 도움을 요청하려다 머뭇거리게 된다. 생명과 안전을 의탁한 이들이 장시간 노동에 지쳐 피로해할 때 우리는 불안하고 아득하다.

통신·의료·광고·운수 등 26개 업종 노동자는 근로시간 특례제도 적용을 받아 장시간 노동을 해도 된다고 한다. 무제한 장시간 노동을 해도 되는 업종이라니, 그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몸이 철로 돼 있기라도 한 것인가. 사람은 누구나 적정한 시간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건강하게 내일을 맞이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자들이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임금인상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노동시간단축을 위해 싸운 것은 '건강하게 일하고 안전하게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그 누구도 자신의 몸을 해치는 장시간 노동을 할 의무는 없으며 장시간 노동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정부가 노동시간 특례업종을 유지하면서 내세우는 명분은 '공익'이다. 시민들이 언제라도 버스를 탈 수 있어야 하고, 필요한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우편물을 받아볼 수 있어야 하고, 방송을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공익서비스를 위해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하면 정말로 공공에 이익이 되는 것일까. 장시간 일해서 피곤한 버스노동자와 택시노동자와 병원노동자가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는 없다. 노동자의 피와 눈물로 제공된 우편물을 받고, 졸린 눈을 억지로 뜨며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해서 내보낸 방송을 지켜보는 우리가 정말로 공공성을 누리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물론 우리는 때로는 공공서비스를 언제라도 편하게 제공받고 싶다. 그러나 이런 공공서비스를 누리면서도 노동자들이 과도한 노동을 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 더 많은 노동자를 채용하면 된다. 참으로 간단한 방법 아닌가. 정말로 '공익'을 위한다면 특례업종을 일부 줄이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없애야 하고,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을 지금보다 더 많이 채용해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회에서 노동시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지금, 노동시간 특례를 유지하려는 '공익적 이유'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오로지 인력을 줄이고 노동자들을 과도하게 일 시키려는 공공기관과 기업들의 '사익'만 남아 있을 뿐이다.

우리는 많은 이들의 노동에 기대어 살아간다. 종종 삶의 편리를 위해 타인의 과도한 노동에 눈감기도 한다. 인터넷이 안 되면 한밤중에라도 와서 고쳐 주기를 바라고, 토요일에 우체국 택배가 도달하기를 바란다. 그런 편리를 핑계 삼아 기업들은 인원을 더 채용하는 대신 특례업종을 유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노동을 단지 '편리'로만 여기지 않고 그 노동을 하는 이들이 얼마나 안전하고 편하게 일하는지를 살펴보고 노동자 권리를 함께 지킬 의무가 있다. '편리'를 이유로 누군가가 장시간 노동을 하게 되면 나도 장시간 노동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24시간 대중교통이 운행되고, 24시간 가게가 운영되고, 24시간 일을 하는 곳이 생기면 노동시간을 연장하려는 기업의 욕구는 커질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 특례는 26개 업종에 불과한데, 우리 사회는 과로사회다.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늘 2위를 달리고 있다. 이것은 '기업이 필요하면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주 40시간만 일하도록 돼 있지만 예외를 대폭 늘림으로써 사실상 이 제도를 무력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동시간 특례가 적용되는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40%를 넘는다. 이쯤 되면 특례라고 부를 수도 없다. 그리고 특례업종이 아니더라도 과도한 노동은 너무 쉽게 정당화되고 법정 노동시간을 어긴 기업주도 처벌받지 않는다. 이것은 특례라는 이름으로 예외가 만들어지면서 장시간 노동이 사회적으로 정당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로사회가 되고 그것은 위험사회로 이어진다.

최근 안전사고를 보더라도 과로사회가 위험사회를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피곤한 운전노동자들이 고속도로 위를 달릴 때 교통사고율이 높아지고, 노동자들이 피곤하게 일할 때 산재사망율이 높아지며, 의사와 간호사들이 피곤하게 일할 때 환자들이 충분한 도움을 얻을 수 없고, 피로하게 일하는 이들은 사회적 위험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고, 피곤한 이들은 다른 이들을 충분히 배려할 수 없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일하는 이들이 여유가 있어야 하고, 충분한 시간이 보장돼야 한다. 우리는 누군가의 과도한 노동으로 삶이 편리해질 수는 없다고 믿는다.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시간 특례를 폐지하고 일자리를 늘려라. 우리는 모두가 함께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기를 원한다.

김혜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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