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다 2006년 일자리를 잃고 11년 넘게 복직투쟁 중인 KTX 해고승무원들이 국제사회에 문제 해결을 촉구한다. 유엔 인권위원회와 국제노동기구(ILO)에 진정을 제기할 예정이다.

18개 종교·법조·여성·노동단체가 참여하는 KTX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23일 오전 서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X 승무원 불법파견을 합법도급으로 본 대법원의 엉터리 판결을 유엔에 고발하겠다”며 “성차별에 의한 고용차별과 노조탄압 문제도 진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 고용차별은 유엔인권위, 노조탄압은 ILO 진정

KTX 해고승무원 문제를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지난 정권하에서는 유엔에 진정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판단을 했다”며 “문재인 정부는 인권 감수성이 높고 유엔과 ILO 권고를 충실히 이행할 것으로 기대돼 진정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유엔 인권위에 성차별에 의한 고용차별 문제를 진정한다. 옛 철도청은 2004년 당시 직접고용하는 열차팀장은 남성, 외주화하는 승무업무는 여성이 하도록 했다. 대책위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성차별 구조개선 권고를 했음에도 철도공사는 KTX에 일부 남성승무원을 채용했을 뿐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은 그대로 유지했다”며 “차별에 항의하던 여성승무원 280명을 정리해고한 뒤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명도 복직시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권위는 KTX 승무원 성차별 고용구조 개선을 권고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인권위는 2006년 9월 “합리적인 이유 없이 KTX 고객서비스 업무를 여성 업무로 한정하고 성별 분리채용을 해서 불리한 고용조건을 형성한 것은 성별을 이유로 한 고용차별에 해당한다”며 “철도공사는 성차별적 고용구조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대책위는 ILO에는 코레일이 승무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고발·손해배상 청구·해고를 포함한 노조 탄압 문제를 진정한다. 권두섭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코레일이 유엔의 자유권·사회권 규약을 위반하고 승무원들의 노동권을 침해했다”며 “유엔인권위와 ILO에 제소함으로써 지금이라도 바로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먼저 해결해 원인무효 만들어 달라”

대책위는 “KTX 해고승무원 문제가 유엔이나 ILO에서 권고하기 전에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며 “문재인 대통령 약속대로 문제가 전향적으로 해결돼 원인무효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올해 5월 대선 직전에 철도노조와 문재인 대선후보측이 체결한 정책협약에는 “KTX 승무원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현재까지 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측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강철 철도노조 위원장은 “승객 안전을 담당하는 승무원들을 공사가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국민 상식이 됐다”며 “정부가 얼마나 빨리, 승무원들의 고통을 줄이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KTX 승무원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으로 근무할 당시 벌어진 일이었다”며 “지금이라도 결자해지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대책위는 다음달 5~6일 열리는 '서울시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 참석차 방한하는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 면담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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