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에이비엘생명보험(옛 알리안츠생명보험)의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통한 징계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는데도 회사가 해당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3일 노동계에 따르면 에이비엘생명보험은 지난 2일 알리안츠생명노조(위원장 제종규)에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통보했다.

회사는 과거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지난해 6월 재가동했다. 최근 3년간 인사평가 점수를 토대로 61명의 저성과자를 골랐다. 3개월간 업무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해 36명을 ‘졸업’시키고, 나머지 25명을 대상으로 2차 교육을 했다. 회사는 2차 교육대상자들을 상대로 ‘경고’ 징계를 내렸다. 징계를 받은 20명의 직원들은 지난해 12월 법원에 징계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달 절차가 적법하지 않다는 이유로 회사의 경고 처분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노조는 법원 판결 후 사측에 저성과자 프로그램 중단을 촉구했다.

노조는 △동종업종 중 유일하게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직원 80%가 잠재적 대상자로 고통받고 있으며 △제도의 취지가 비슷한 성과연봉제가 이미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회사는 "급변하는 보험영업 환경에서 회사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성과중심 문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를 거부했다.

제종규 위원장은 "그룹의 같은 멤버인 동양생명을 포함해 어느 곳에서도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 있어 모든 동업사 노사가 곱지 않은 시선으로 지켜보는 상황"이라며 "법원이 징계를 무효로 판결하고, 문재인 정부도 공정인사 지침을 폐기하겠다고 나선 상황인 만큼 회사가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법원 판결은 프로그램 미수료자에 대한 경고처분을 할 때 인사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하다는 취지였을 뿐 실체적 정당성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며 “법원 판결을 존중해 프로그램의 절차와 공정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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