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래전 일이라서 기억하는 분이 많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2002년 2월25일 철도·발전·가스 산업 노동조합은 공공부문 민영화에 대응하는 공동파업을 했다. 그 투쟁이 올해 15주년을 맞았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공기업 민영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였기에 이를 저지하려는 시민사회 활동은 현실에서 밀리고 무너졌다. 2000년 12월 전력산업 구조개편 촉진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이듬해 민영화 준비를 위해 발전부문이 5개사로 분할됐고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02년 초부터 민영화가 추진됐다. 이에 발전노조는 설립된 지 7개월 만에 파업을 감행했고, 철도·발전·가스의 3개 노조가 공동파업을 했다. 특히 발전노조의 38일 파업은 세상을 움직였다. 이 파업은 믿기 어려운 여론의 변화를 만들었는데, 정부의 민영화 중단 선언은 1년에 걸친 투쟁 끝에 얻은 결과였다.

MB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인한 촛불시위를 경험하고 "물·전기·가스·건강보험은 민영화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철도·발전·가스 민영화를 재추진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상당히 진행했으나 탄핵으로 사실상 종료됐다.

15년 전 공동파업과 여론의 힘으로 민영화가 중단된 이후 전력산업 방향을 놓고 다양한 연구와 논쟁이 진행됐으나 정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아직까지 하나의 방향으로 정리되지는 못하고 있다. 아무튼 모든 국민에게 필수품인 물·전기·가스를 둘러싼 ‘공적 소유’와 ‘공적 운영’에 관해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므로, 올해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에 관한 미래지향적 논의와 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필자는 2002년 발전노조 파업을 이끌었던 이호동 전 위원장과 이런저런 인연이 있다. 당시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심판위원으로 발전노조 공동파업으로 해고 등 징계를 당한 많은 노동자들이 신청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 참여했다. 꽤 오랜 기간 동안 중앙노동위에서 공익위원과 근로자위원으로 같이 활동하고 있다. 해고된 그가 민주노총 전국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전해투)를 맡아 전국의 여러 투쟁사업장을 방문해 격려하는 것을 목격했고, 최근에는 국회·청와대 등에서 "민영화 추진이 완전히 중단될 때까지 1인 시위와 각종 대응을 한다"고 들었다. 발전노조의 공동파업 이후 사업장에는 복수노조가 활동하고 있으며, 파업투쟁에 참여한 대부분 노동자가 복직했으나 이 전 위원장은 아직도 해고자 신분이다. 그는 회사에서 해고됐지만 사내 커플이던 관계 등으로 인해 "가정에서는 해고(?)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전력질주>는 공동파업과 이후 과정을 주도해 민영화 저지에 앞장섰던 발전노조 위원장이 투쟁에 관한 사실과 기억을 정리해 빛을 보게 된 것으로 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므로 혹시 장래의 어떤 정부에서 공기업 민영화 문제가 제기된다면, 이제 역사가 된 공동투쟁과 민영화 반대의 원인·전개 과정·결과·대안 제시 등에 관한 이 책의 내용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얻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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