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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노동자들이 바라는 노동정책 ②] 노조할 권리 보장만큼 오랜 사회적 합의가 있는가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
   
▲ 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

촛불의 힘으로 권력을 끌어내린 뒤 치러지는 19대 대선이 눈앞에 다가왔다. 과거 정권의 적폐를 해소하겠다는 약속은 넘쳐나지만 새로운 사회를 희망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크게 울리지 않고 있다. 노조를 만들기도 힘들고,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되고,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국가로부터 처벌받는 현실은 국제기준과 거리가 멀다. 최저임금 1만원과 노조할 권리 보장 등 5대 의제·10대 요구안을 발표한 민주노총이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를 보내왔다. 5회로 나눠 싣는다.<편집자>


노동조합에 조직된 노동자 비율 10.2%. 조직된 노동자들이 워낙 적다 보니 조합원이거나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사람이 특권을 가진 사람처럼 이야기되기도 한다.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는 입장에서야 무척 억울한 일이지만 비껴 생각해 보면 ‘특권’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법-노조법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조합 간부가 지난해 구속됐다. 건설현장에서 계속 일할 것을 보장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그 단체협약을 지키라고 건설현장 앞에서 집회를 한 게 형법상 공갈이고 협박행위라는 거다. 노동조합이라면 마땅히 함부로 해고하지 말라는 요구를 할 수 있고, 고용안정을 위해 회사가 할 수 있는 필요한 조치를 단체협약으로 정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수시로 일터나 사용자가 달라지는 노동자, 즉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 3권을 보장하지 않는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날로 늘고 있다. 이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어도 자신들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원청을 대상으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없다. 설령 대화를 하자고 요구하더라도 원청은 협력업체를 변경함으로써 이들을 일괄 해고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공항의 A협력업체에서 일하는 한 노동조합 간부가 회사와 교섭을 하다 의견을 좁히지 못해 쟁의행위에 들어가려 했지만 노동위원회 조정 과정에서 창구단일화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조정이 거부됐다. 이 노동조합이 속한 협력업체는 전국 수십 곳의 사업장으로 인력을 파견한다. 사업장 전체에 교섭요구공고가 돼야 하는데 일부 사업장에만 교섭요구공고가 됐으니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은 노조는 파업을 할 수가 없다는 거였다. 그런데 A노동조합 간부는 아직도 이 협력업체가 대체 어떤 사업장들에 인력을 파견하는지 알지 못한다.

노동자가 분명하고 그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사람이 누가 봐도 뚜렷하건만 노조법이 인정하는 노동자와 사용자는 현실에 존재하는 노동자와 사용자를 전혀 보려 하지 않는다. 구역과 구획을 조금만 넘어도 교섭조차 할 수 없는 창구단일화 강제제도, 뻔히 하청업체나 협력업체 노동조합을 의도적으로 해고하고 탄압하는 원청 사용자를 노조법상 책임이 없다고 방관하는 노조법 아래서 절반에 이르는 비정규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노동조합이라니 맛 좀 봐야겠군

박근혜의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거의 매일같이 노동조합 동향을 점검했다. 전교조나 공무원노조는 물론이고, 언론노조나 보건의료노조 등 각 노동조합의 집회일정, 노조간부의 정치적 성향까지 분류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관련해서는 소송에 참여한 변호인단이나 소송 결과에 따라 전임간부를 징계하고 노조사무실을 회수하는 등 후속조치까지 메모했다.

청와대 논의 테이블에서 오간 수많은 노동조합 관련한 사항에는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의 보호에 관한 국제기준이나 헌법 33조에 따른 노동 3권 보장 문제는 단 하나도 없었다. 노동조합에 대한 극단의 혐오와 반감이 청와대의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한껏 기울어진 운동장에 있는 노동조합이 헌법이 정한 기본권을 ‘극도로 혐오’하는 정부하에서 겪어야 했던 것은 ‘특권’은커녕 수천억의 손해배상 소송과 구속, 불안정한 교섭권, 연말이 되도록 임금협약을 체결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에 이른 노사관계였다.

노동조합을 인정하는 데 걸리는 사회적 합의시간?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각 후보의 노동공약이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문제를 두고 아직도 ‘사회적 합의’를 이야기하는 후보가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90년 초반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하고, 국제기준에 따라 노동관계법을 개혁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한참 진행됐다. 2년여에 걸친 논의를 통해 교원과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은 노·사·정 간 합의를 이룬 사항이다. 사회적 논의가 있을 때마다 특수고용 비정규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논의는 늘 있어 왔다. 그때마다 최소 방향을 둘러싼 이견은 없었다. 사회적 합의 문제가 아니라 기준을 보장하고 이행하는 문제다. 해마다 뭉텅이로 날아오는 국제노동기구(ILO)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가 지적하는 것 역시 사회적 합의에 대한 주문이 아니라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미진한 제도를 바꾸고 정부가 나서 노조를 탄압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쯤이면 노동조합을 보호할 정책, 노동조합 가입을 높일 대책이 대선 쟁점으로 부각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박은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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