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인천국제공항에서 승강설비 안전점검과 정비 업무를 13년 동안 한 서강혁(50)씨는 이달 5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입찰공고를 확인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현재 90명이 하는 업무를 공항공사가 85명으로 5명 줄여 입찰을 공고했기 때문이다. 서씨는 “90명 중 누구라도 해고되는 5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모두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며 “'애들 학원비며 학비며 생활비는 어떻게 하느냐'며 '제발 나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동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고용불안에 떨면서 이용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업무를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한숨 쉬었다.

“당장 해고될 처지인데, 교섭 상대도 없어”

18일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가 계약 변경이나 입찰 변경 방식으로 인력을 줄이면서 불안감을 호소하는 용역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공항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전체 인력의 85%로 6천800명에 이른다.

공사가 최근 낸 입찰공고를 통해 확인된 감축 인력은 48명이다. 입찰공고에 따르면 승강설비 유지·관리 용역은 기존 90명에서 85명으로 줄어든다. 승강설비 용역노동자들은 지난 17일부터 공항 여객터미널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피켓에 “공항공사 갑질로 노동자는 해고 위기, 이용객은 안전 위기”라고 적었다. 서강혁씨는 “당장 해고될 위기에 처했는데 이달 말 지금 업체 계약이 종료되면 어떤 업체가 새로 선정될지조차 모른다”며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공사는 협력업체 직원들과 대화하지 않는다는 입장인데 그럼 우리는 누구와 이야기해야 하는 거냐”고 반문했다.

“협력업체 직원은 대화상대가 아니다”는 공사와 “공사가 입찰 인력을 줄이면 어쩔 수 없다”는 용역업체 사이에서 용역노동자들은 항의도 못하고 쫓겨날 처지라는 것이다.

400여명 감축 우려 현실화하나

지부는 올해 말 인천공항 제2터미널 개항을 앞두고 기존에 근무하던 용역노동자 6천800명 중 401명이 해고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최근 입찰공고에서 보면 공사는 기존 인원(805명)에서 5.9%(48명)를 줄였다.<표 참조> 이 비율을 전체 용역 인력에 적용하면 400명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부는 “공사는 2터미널이 개항하면 1터미널 이용객이 줄면서 노동강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틀린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2016 인천국제공항공사 운항통계'를 제시했다. 운항통계에 따르면 2015년 운항편수는 전년 대비 5.3% 증가한 30만5천446편을 기록했다. 2015년 한 해 인천공항을 이용한 전체 여행객수는 개항 이래 최대 수준인(2014년 대비 8.5% 증가) 4천928만1천210명으로 집계됐다. 화물 운송량도 2015년 259만5천677톤(1.5% 증가)으로 3년 연속 성장했다. 최근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 ‘한한령’에도 올해 1분기 국제선 이용 여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8% 증가했다. 지부는 “이용객이 빠른 속도로 증가해 2터미널 분산 효과를 상쇄할 것”이라며 “줄어든 인원 탓에 노동강도만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부는 이달 20일 오전 공사 사장이 참석하는 영종 파라다이스시티 개장식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인력 감축 중단을 요구할 계획이다. 지부는 “모든 대선후보들이 일자리 창출을 외치는 마당에 공사는 일자리 파괴를 일삼고 있다”며 “공사의 행태를 폭로하고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공사 사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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