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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기획-일자리·노동공약 분석 ③ 임금·근로조건] 임금·근로조건 개선 '새로운 패러다임' 안 보인다최저임금 인상·체불임금 해결·실업급여 확대 공감 … “사회적 대화 통한 해결책 내놓아야”

19대 대통령선거(5월9일)가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정당들은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 돌입한 상태다. 조기 대선인 만큼 경선은 4월 초에나 마무리될 예정이다. 대선주자들은 일자리·노동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주요 대선주자들이 발표한 공약을 분석한다. 크게 △일자리·청년일자리 △노동시간·휴가 △임금·근로조건 △비정규직·산업안전 △노동권·노사관계·사회적대화로 나눠 5회에 걸쳐 싣는다. 분석 대상은 유의미한 여론 지지율을 보이면서 일자리·노동공약을 꾸준히 발표한 8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안희정 충남도지사·이재명 성남시장, 국민의당 예비후보인 안철수 의원·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바른정당 예비후보인 유승민 의원·남경필 경기도지사, 정의당 대선후보인 심상정 상임대표다.<편집자>

   
 

우리나라 노동자 시간당 임금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지난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노동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시간당 임금은 1만3천753원이었다. 2014년보다 5.7%(834원) 줄었다.

고질적인 문제는 임금격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한 달 임금이 200만원 이하인 노동자가 45.8%나 됐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를 보면 2014년 대기업 정규직 임금을 100%로 할 때 대기업 비정규직은 64.2%, 중소기업 정규직은 52.3%,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4.6%에 불과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더디기만 하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7.3% 오른 시급 6천470원(월 135만원)이다. 한 끼 밥값도 안 된다는 푸념이 나온다. 노동·시민단체가 최저임금 1만원(월 209만원)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대선주자들 “최저임금 1만원” 한목소리

대선주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주목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이재명 성남시장·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최저임금 인상을 약속했다. 문 전 대표를 제외한 4명은 최저임금 1만원을 못 박았다. 2020년까지 1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2017년 6천470원에서 매년 15% 인상하면 3년 안에 1만원을 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기본으로 대선주자들은 자신만의 임금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임금격차 해소에 방점을 찍었다. 문재인 전 대표는 공정임금제, 이재명 시장은 기본소득, 심상정 대표는 국민월급 300만원,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직무급 임금을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웠다.

문 전 대표는 공정임금제로 중소기업 노동자 임금을 대기업 노동자의 8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좋은 일자리 임금 수준도 제시했다. 이달 13일 문재인 캠프 일자리위원회 출범식에서 김진표 공동위원장은 “중위임금 120% 수준인 225만원을 좋은 일자리로 분류하고, 임금 수준별로 일자리를 관리해 좋은 일자리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시장은 400여개 대기업·슈퍼리치 증세와 재정혁신으로 얻은 재원을 사용해 연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아동·청소년·청년·노인 등 생애주기별로 각 100만원, 장애인·농어수산업 종사자 특수배당 각 100만원, 토지배당(전 국민 대상) 30만원이다.

문재인 “공정임금제” 이재명 “기본소득”
심상정 “국민월급 300만원” 안철수 “직무급 임금”


심상정 대표는 2020년까지 국민월급 300만원 시대를 선언했다. 3대 전략으로 △최저임금 1만원 △최고임금제 도입 △동일노동 동일임금 확립을 약속했다. 그는 최고임금법(살찐고양이법)을 도입해 CEO·고위직 보수를 공공부문은 최저임금의 10배, 민간기업은 30배가 넘지 않도록 제한한다는 복안이다.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80%까지 높인다.

이와 함께 출산·육아 경력단절에 따라 저임금에 놓인 여성노동자를 위해 ‘성별 고용·임금실태 공시제’를 도입한다. 대기업이 하청업체와 이윤을 나누는 초과이익공유제로 하청업체 노동자 임금을 올릴 계획이다. 심 대표는 지난 24일에는 청년기본소득제 일환으로 청년사회상속제 도입을 골자로 한 청년공약을 발표했다.

유승민 의원은 최저임금 1만원이 되는 2020년까지 3년간 영세업체 근로자의 4대 보험료를 국가가 지원하고, 최저임금 상승분을 하청단가에 명시적으로 반영하도록 의무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사업주에게는 징벌적 배상금을 물려 최저임금이 현장에서 반드시 지켜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직무급 임금’을 약속했다. 그는 “대·중소기업 대졸자 간 초임 격차가 연간 1천500만원에 이른다”며 “민간부문과 긴밀히 협력해 직무에 근거한 공정한 보수체계가 자리 잡도록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국가임금직무혁신위원회’를 설치해 노사와 전문가 협의를 거쳐 임금개혁 중장기계획을 마련하고 사회적 합의를 모아 내겠다고 밝혔다. 공공부문에 직무별로 표준화된 임금통계를 마련해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포괄임금제 폐기 포함 근로기준법 개선 의견접근
이재명·심상정, 근기법·노동인권 교육 의무화


심상정 대표·안철수 의원·손학규 전 대표는 포괄임금제 폐기에 초점을 맞췄다. 심 대표는 비정규직 차별개선 수단으로, 안 의원과 손 전 대표는 노동시간단축 일환으로 접근했다. 심 대표는 “비정규직 임금차별 수단으로 악용되는 포괄임금제를 폐기하고, 기본급 비중을 높이고 복잡한 수당을 줄이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비공식적으로 용인돼 온 포괄임금제와 고정초과근무(OT) 관행을 개선하도록 관련 지침을 정비하고 근로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손 전 대표는 “포괄임금제가 장시간 근로에 악용되는 현실을 감안해 근로기준법에서 포괄임금제를 금지하거나 엄격히 제한하는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근로조건 개선방안으로는 이재명 시장과 심상정 대표가 근로기준법·노동인권 교육 의무화를 제안했다. 이 시장은 지난달 페이스북을 통해 “최저임금 미준수와 임금 미지급 같은 불합리한 처우나 횡포에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으려면 청소년 시기부터 근기법 지식을 알고 있어야 한다”며 “중학교 교과과정에 근기법 교육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전후해 노동시장을 처음 경험하지만 최저임금·근로기준법 등 노동자 권리와 인권에 대해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며 “초·중등 교육과정에 연간 10시간 이상 노동인권 교육을 의무화하겠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국민안심 생활공약’에서 “열정페이 방지와 취업준비생·인턴 보호를 법제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체불임금 ‘선 지급 후 구상권’ 공통 제시
심상정 “임금체불 불관용” 안희정 “악덕사업주 손해배상”


대선주자들은 체불임금 방지와 실업급여 확대 공약도 발표했다. 체불임금 해소를 위해 문재인 전 대표·이재명 시장·심상정 대표·유승민 의원은 ‘선 지급 후 구상권 행사’ 방식을 공통적으로 제시했다. 국가가 나서 사업주를 대신해 노동자에게 임금을 준 뒤 사업주에게 지불한 만큼 받아 내겠다는 뜻이다.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문 전 대표는 이달 13일 “체불노동자 생활안정을 위해 임금채권보장기금으로 체불임금을 먼저 지급한 뒤 사용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시장은 “체불임금 문제 해결을 위해 임금보장기금을 신설해 운용하겠다”며 “현행 체당금제도는 (수혜까지) 최장 1년이 소요되는 등 실효성이 낮아 임금보장기금에서 체불임금을 먼저 지급한 후 구상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은 “일정 수준 이하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모든 임금체불은 국가가 먼저 지불하고 국가는 체불사업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했다. 심 대표는 “1인 300만원 범위에서 250만원 이하 임금노동자의 체불임금 전액을 임금채권보장기금에서 지급하고 국가가 구상권을 통해 사업주에게 전액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대표는 임금체불 방지와 관련해서는 대선주자 중 가장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았다. 그는 올해 1월 “사업주 임금체불에 불관용 원칙을 도입하겠다”며 “임금체불 노경합동수사처를 신설해 강도 높게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검찰 내 한시적 악성 임금체불 전담기구 설치 △2회 이상 다액 체불사업주 구속수사 원칙 관철 △체불사업주 영업정지 처분제 도입 △상습 체불사업자 사업자등록 제한제 도입 △임금체불 관련 법체계 정비 △산업별·부문별로 임금체불 대책을 마련한다.

안희정 지사는 악성 체불사업주의 경우 노동자에게 체불임금의 두 배를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실업급여 확대·성과연봉제 폐기, 근로감독 강화 뜻 모아
임금·근로조건 개선하려면 새로운 패러다임 필요


실업급여 확대 공약도 봇물을 이룬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자발적 실업자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고용보험제도를 개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행 90~240일인 실업급여 수급기간을 150~240일로 늘리고, 급여액을 이전 직장소득의 50%에서 60%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자발적 실업자가 3개월 이상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실업급여를 지급한다. 특수고용직·일용직 노동자도 사회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하고, 저소득 노동자와 실업자에게 사회보험을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과 실업크레디트 제도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유승민 의원은 “관대한 고용보험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실업급여 수급기간을 3개월 이상 연장하고, 실업급여 상한을 현행 4만3천원에서 7만~8만원(월 210만~240만원) 수준으로 대폭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대표는 “두루누리 사업 지원대상을 최저임금과 연계해 월 180만원 이하 노동자로 확대하겠다”며 “고용보험 실업급여 대상과 지원기간을 확대해 특수고용 노동자 등에게도 사회안전망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재명 시장도 “실업자의 안정적인 구직활동 지원을 위해 실업급여 지급기간을 연장하고 급여를 인상하겠다”고 말했다.

대선주자들은 "성과연봉제를 폐기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문재인 전 대표·안희정 지사·안철수 의원·심상정 대표·이재명 시장은 노동계 행사에 참석해 성과연봉제 폐기에 동의했다.

한편 대선주자들은 최저임금과 근로기준법 준수방안으로 근로감독에 주목했다.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은 특별사법경찰인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의 실질수사권을 강화한 ‘노동경찰’ 개념을 제시했다. 심 대표는 근로감독관 두 배 이상 증원(임금체불 많은 지역은 세 배 증원)과 민간근로감독관(명예근로감독관) 확대, 근로감독청 신설을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근로감독 강화 같은 행정적 조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임상훈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공약을 보면 기업에 고용 책임을 주고 행정부서는 감독·지원만 하겠다는 얘기”라며 “새로운 시대에는 국가와 사회가 직접고용을 책임지고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공약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곽상신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은 “대선주자들의 공약이 근기법 개정 같은 법·제도적 개선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라며 “임금과 근로조건을 개선하려면 단체교섭·산별교섭·사회적 대화 같은 해결 방법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윤정  yjyo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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