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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파면 이후 대한민국] “꿈꾸기 두려워 않고 일한 만큼 버는 세상 와야”탄핵 인용되던 날 시민들 '환호하고 울고 웃고'
구태우  |  ktw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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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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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복궁역 앞에서 초밥집 광고판을 들고 서 있는 이아무개씨. 이씨는 빈부격차가 줄어 들고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희망하고 있다. 구태우 기자

“꿈꾸는 사람에게 냉소를 보내지 않고 응원하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어요.”

올해 대학에 입학한 이지현(20)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소식을 접하며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이씨의 꿈은 패션 디자이너다. 대학에서 패션산업을 전공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10일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는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지켜봤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탄핵을 선고하자 이씨는 수업시간인 것도 잊고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그는 “생방송으로 탄핵심판 선고를 보던 친구들도 모두 기뻐했다”고 전했다. 2012년 대선에서 51.6%를 득표해 당선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민간인 신분이 됐다.

탄핵심판 선고가 있던 날 오전 청와대 일대에 모인 시민들은 “우리가 현직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탄핵은 시작이다. 박근혜를 구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박근혜는 (청와대에서) 짐 빼라”고 소리쳤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에 목숨을 잃은 자녀를 생각하며 울었고,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축하하며 웃었다. <매일노동뉴스>가 박근혜 파면 당일 시민들을 만나 ‘새로운 대한민국’에 거는 기대를 들었다. 시민들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공정한 나라,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 나라를 희망했다.

“최저임금 1만원 되면
일주일에 한 번은 쉬지 않을까요”


올해 서른 살이 된 아르바이트생 이영후(가명)씨는 '인간 광고판'이다. 초밥집 상호가 적힌 광고판을 들고 경복궁역 앞에 서 있는 게 그의 일이다. 시급은 8천원. 4년제 대학 심리학과를 졸업한 그의 꿈은 검찰 공무원이었다. 대학 3학년부터 7년 동안 공무원시험에 매달렸다. 대학 졸업 후에도 5년을 더 공부했지만 꿈은 멀고 벽은 높았다.

지금은 공부를 중단하고 아르바이트에 전념하고 있다. 쉬는 날 없이 매일 9시간씩 일하고 220만원을 번다. 이씨는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느라 돈을 제대로 못 벌어 부모님께 죄송했다"며 "조금이라도 더 벌어야 할 것 같아 쉬는 날 없이 일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날 이어폰을 끼고 탄핵심판 선고를 들었다. 혹시라도 기각될까 봐 지난밤 잠을 설쳤다. 그가 꿈꾸는 대한민국은 빈부격차 없는 나라다. "격차가 조금이라도 좁혀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내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는 게 단초라고 했다. 이씨는 “시급 8천원으로 다른 아르바이트생들보다 더 받지만 그래도 1만원으로 올랐으면 좋겠다”며 “1만원을 받으면 일주일에 한 번 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지현씨는 "열정페이 없는 사회를 바란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지망생인 이씨는 "패션업계가 일한 만큼 임금을 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실제 2014년 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실에서 일하는 견습노동자에게 10만원, 인턴에게 30만원, 정직원에게 110만원의 급여를 지급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당시 패션업계 열정페이 문제가 드러나자 많은 이들이 적잖이 놀랐다. 이씨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우리나라를 다해 먹었는데 앞으로 국민이 우선인 사회가 돼야 한다”며 “새벽까지 일하고 130만원도 못 받는 열정페이가 아니라 일한 만큼 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택배업계에 최저임금 도입했으면…”

물류대기업 택배기사로 일했던 박승환(33)씨는 회사 유니폼을 입고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현재 해고자 신분이다. 원래는 회사 용산지점 동부이촌대리점에서 일했다. 박씨에 따르면 같은 점포에서 일하던 김태완 택배기사(현 택배연대노조 위원장)가 처우개선을 요구하면서 점포와 마찰을 빚었다. 지난해 12월 대리점이 문을 닫으면서 실업자가 됐다.

그는 낮은 택배 수수료 문제를 제기했다. 2013년 920원이던 수수료는 현재 820원까지 떨어졌다. 택배업체끼리 경쟁을 하면서 수수료가 낮아졌다. 피해는 고스란히 기사들이 떠안았다. 박씨는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으로 노동자들의 삶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노동자들의 삶이 굉장히 어려워졌는데, 특히 택배기사들은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이유로 아무도 보호해 주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 대부분이 적폐를 청산한다고 하는데, 택배 수수료 하한선을 만들어 수수료가 더 이상 떨어지지 않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추락한 국격 높여야"

김영식(85)씨는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알려지면서 대한민국 국민인 게 창피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는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씨가 2010년 캐나다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자랑스러운 순간으로 기억한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실력을 뽐낼 때도 그랬다.

김씨는 “헌법재판소가 파면을 선고하는 것을 보면서 눈물이 막 쏟아지고 내 조국이 자랑스러웠다”며 “덩치가 큰 외국인들과 겨뤄도 이길 정도로 자랑스러운 민족인데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해 나라를 망쳐 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새 정부가 잘해서 우리나라가 발전하면 노인 복지도 자연스럽게 좋아지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자신을 예술인으로 소개한 장아무개(53)씨는 노동자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길 바랐다.

장씨는 "헌법재판소가 8인 만장일치로 박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지도자를 잘못 만나 나라가 잘못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기회에 부조리를 제대로 청산하기를 바란다”며 “탄핵을 반대했던 국민 의견을 잘 듣고 국민 통합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씨는 그러면서 “일하는 사람들이 일한 만큼 보상을 받아야 하지 않겠냐”며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곤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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